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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르포-직접 가봤더니/ 연말 음주운전 단속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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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르포-직접 가봤더니/ 연말 음주운전 단속 현장

입력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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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0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선릉로. 일명 ‘나발콘’을 따라 들어오는 자동차들의 전조등에 눈이 시리다.

영하 10도, 나온 지 5분도 안 돼 실내가 그리워진다.

강풍까지 불어 그야말로 손가락을 펴기조차 버겁다. 잠시 후 고급 승용차 한 대가 플래시봉의 신호에 따라 멈칫멈칫 들어온다. 단속 첫 차량이다.

“실례합니다. 잠시 음주 단속 있겠습니다. 훅 불어 주십시오.” 경찰의 요구에 20대 운전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숨을 내뱉는다. ‘삐~’하고 감지기가 울리자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잠시 내려주시겠습니까? 추우시죠? 술 드신 지 얼마나 됐나요?” “2시간 정도….”

강남경찰서 이한구 경위는 “입을 크게 벌리시고 딸애한테 풍선불어 주듯이 5초간 길게 불어 달라”며 음주측정기에 대롱을 끼워 건넨다. 0.084%. 운전면허 100일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선생님께선 도로교통법 41조ㆍ형법 212조 위반 혐의로 단속되셨습니다.”

바로 옆에선 20대 후반의 여성이 다른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니 와인 한 잔 먹었는데 0.085라뇨? 기계가 이상한 거 아니에요?” “기계는 거짓말 안 합니다.” 음주단속 업무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5명이 줄줄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을 기록했다. 0.05~0.1% 미만은 면허정지 100일, 0.1% 이상은 면허취소다.

새벽 1시를 넘어서자 3, 4평 남짓한 교통안내소 사무실은 어느새 음주운전자들이 점령해 버렸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가야 한다”며 일단 보내 달라는 막무가내 형, “이 정도로 걸릴 줄은 정말 몰랐다”는 뻔뻔형, 면허 취소된 지 2달도 안됐다며 “한 번 더 받게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애걸복걸형 등 천태만상이다.

기왕 받아야 할 측정이라면 수치를 낮추고 싶은 게 인지상정. 생수로 입을 계속 헹구거나 술 좀 깨고 측정 받겠다는 운전자들이 많다.

안광혁 경사는 “심지어 세수비누나 담뱃가루를 씹어먹는 사람도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단속 경찰들은 이런 임시방편이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한다.

음주 후 1시간 30분까지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계속 증가해 조금이라도 나중에 받으려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벽 1시 30분께 선릉역 방향 도로에서 단속을 벌이던 송영석 순경이 손을 다쳐 들어왔다. 경찰을 보고 급히 골목으로 핸들을 꺾은 승용차를 따라 가다 변을 당했다.

송 순경이 신분확인을 요구하며 운전석 창문 안으로 손을 넣자 가만히 있던 운전자 최모(36ㆍ여)씨가 유리창을 갑자기 올려버린 것이다.

“파워 윈도(전동식 창문)에 음주감지기 든 팔을 넣을 땐 겁도 납니다. 술 취한 운전자가 확 올려 버리고 악셀(가속 페달)을 밟기라도 하면…. 혹시 만취운전자가 차로 도로 위에 서 있는 나를 덮치진 않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생각해보니 이날은 경기 수원에서 김태경 경사가 음주단속 도중 차 창문에 끼어 끌려가다 숨진 지 1주일 되는 날이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전국에서 1,900여 건의 음주 교통사고로 약 60명이 숨졌고 1,300여명이 다쳤다. 올해도 사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15일 새벽 2시간 30분 동안 단속에서 입건된 사람은 30명에 달했다. 아무리 억울해도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은 시민이나 경찰 유족의 슬픔에 비할까.

반주 한 잔, 와인 한 잔으로 단속에 걸린 게 억울하다며 하소연하는 운전자에게 이한구 경위가 하는 말은 한결 같았다.

“걸려서 억울한 날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과 타인의 생명을 구한, 기쁜 날로 생각하십시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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