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정부의 관리 시스템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백억원을 지원하면서도 황 교수의 연구를 면밀히 점검하지 않았으며, 과기부와 보건복지부 등 유관부처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지도 못했다. 이렇다 보니 진위 논란이 일었을 때에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황 교수가 16일 기자회견에서 “1월 9일 배아줄기세포 훼손 후 곧바로 정부에 보고했다”고 밝힌 대목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사이언스 논문 제출 전에 정부가 중대한 문제점을 인식해놓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적 혼란과 국가 위신추락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황 교수의 후견인을 자처했던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게 비판이 쏠리고 있다. 식물학자로서 황 교수팀의 연구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저자에 올라있는 박 보좌관은 황 교수의 특허지원팀을 구성하는 등 사실상 ‘관리’를 해왔다. 박 보좌관이 정부 차원의 시스템 관리를 흐트러뜨렸고, 노무현 대통령이 황 교수 논란에 휘말리게 하는 등 청와대와 정부의 ‘오판’에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과기부의 역할이 불분명했던 점도 지적된다. 지난 10월 세계줄기세포허브 개관을 앞두고 자료도 배포하지 않은 채 ‘보도유예’를 요청한 게 단적인 사례다. 이를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과기부는 “황 교수에 대해선 청와대가 직접 관리하는 걸 알지 않느냐. 미리 김 새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11월 말 난자 출처로 황 교수가 곤욕을 치를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한다니 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최근의 진위 논란에 대해서도 과기부는 “과학의 문제는 과학계가 알아서 풀 일”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2002년부터 10년간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1,240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이미 402억원을 투입해놓고 사실상 “우리의 역할은 돈만 지원해주는 것 뿐”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해온 것이다.
황 교수 지원의 한 축을 담당한 복지부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 과정에서의 윤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가 진상조사를 왜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던 복지부 담당자는 진위 논란이 확산되자 “황 교수에 대한 지원은 과기부 주도로 이뤄졌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황 교수에 대한 밀착 경호에 나섰던 국정원측도 정보력의 빈곤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김승규 국정원장이 12일 간감회 자리에서 ‘줄기세포 스크린을 계속 해왔는데 문제가 없더라’고 했다”며 혀를 찼다.
과기부 402억원 외에 복지부 95억원, 서울대 60억원, 최고과학자상 1호 상금 30억원 등 수백억원의 혈세를 쏟아 붓고도 정부는 “잘 모른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총체적 부실관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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