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인 지구의 보존을 위한 회의가 얼마 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있었다. ‘제11차 유엔 기후변화회의’였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에 가입한 회원국 중 156개국의 당사국간 회의였다. 미국이 2001년에 탈퇴하여 실효성이 반감되었던 지구촌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이 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후변화회의의 의의는 상당히 크다. 교토의정서가 실질적 강제력을 가지는 국제협약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 온실가스의 감축량에 대한 시장논리적 접근이 가능한 배출권 거래제를 구체화했다는 점, 미국 주도로 구성된 ‘청정개발과 기후변화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십’의 명분을 약화시켰다는 점 등에서 오랜만에 지구가 웃을 일이 생긴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의 목적은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기 중의 기체를 위험하지 않은 수준으로 안정화하는 데 있다. 그래야 해수면 상승, 산림 황폐화, 식량 생산 위협 등에 대처할 수 있다. 이 협약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자구 노력이다.
●몬트리올 회의서 구체 토대 마련
그런데 한편으로 온실가스 규제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측면도 있다. 선진국은 경제 규모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협약은 몇 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 기체의 저감량을 국가별 경제 규모 따라 1990년 기준으로 5.2% 줄이되, 선진 35개국은 2012년까지, 후발 개도국들은 2020년까지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원칙들이 오히려 기후변화협약의 실효성을 약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선진국들이 재정 지원 및 기술 이전 약속을 실질적으로 이행했을 때 개도국들도 협약의 이행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량화해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대한 처벌 방안을 만들고, 이산화탄소 배출권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2012년 이후의 로드맵인 ‘몬트리올 액션 플랜’에 합의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 걸림돌이 있다.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배출하는 미국의 행보다.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공동합의에 계속 반발해왔다. 심지어 ‘아ㆍ태기후파트너십’이라는 유사회의를 만들고는 호주 중국 일본 한국 등을 끌어들여 기존 기후변화협약의 국제적 공조를 무력화하려 시도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지구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재앙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지구촌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65만 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세계의 평균 기온이 계속 0.6도씩 상승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남태평양의 해발 5m가 되지 않는 섬들은 해수면 상승을 우려해 이주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최대 배출국 美의 동참 절실
지구의 온도 상승을 저지할 방법으로는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고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단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이는 지구촌 공동의 노력이 반드시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미국 등은 지구촌 공동의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를 후퇴시키는 시도를 중단하고 유엔의 연대의 장으로 하루빨리 복귀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도 유럽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청정개발체제(CDM)와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청정에너지 개발과 이를 통한 배출권 등록 등을 통해 에너지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이다. 진정 한국 정부의 현명한 선택이 어느 때보다도 높이 요구되는 때라 할 것이다.
조성오 환경운동연합 법률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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