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2005년 줄기세포 논문이 15일 사실상 허위로 드러나면서 정부도 당혹과 충격에 휩싸였다. 정부는 일단 "정확한 진위를 파악 중"이라며 공식적인 반응을 삼갔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악하고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이날 "처음 듣는 얘기다"며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만약 논문이 허위라는 게 확인되면 엄청난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거의 악몽에 가깝다"고 말했다.
황 교수를 중심으로 한 생명기술(BT) 산업을 국가적 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며 총체적 지원에 나섰던 정부는 퇴로를 잃은 모습이다. 국가적 이미지 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신뢰성마저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을 순방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수행인사들도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대통령에 보고를 드렸다"며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으셨고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한 달여 이상 국민적 혼란이 가중됐는데도 수수방관만 한 채 '황 교수 감싸기'에만 급급했다는 점은 비판받을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달 황 교수의 난자 사용과 관련한 윤리 문제가 드러났을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서둘러 덮었다.
진위 논란이 제기 됐을 때도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사태를 이쯤에서 일단락하자"며 거들었다.
특히 공동저자이자 황 교수 지원을 주도한 박기영 보좌관은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박 보좌관은 노 대통령에 진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노 대통령의 오판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엄밀한 점검도 없이 대규모 지원에 나선 점도 시스템 상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지원은 전방위적이었다.
과기부는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2002년부터 향후 10년간 1,240억원을 지원할 계획으로 지금까지 402억원을 투입했다. 보건복지부는 2003년부터 95억원을 황 교수팀에 지원했으며 서울대도 자체 예산 60억원을 투입해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세웠다.
황 교수는 또 올 6월 최고과학자상 1호로 선정되면서 연간 최고 30억원의 연구비를 5년 동안 지원받게 됐다. 정부가 '묻지마' 지원으로 국민에게 장미빛 기대만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이언스도 속는 마당에 정부가 문제점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변론도 나온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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