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학교폭력 집중단속기간(6월15일~12월14일)에 피해학생(초ㆍ중ㆍ고생) 2,258명(남 1,644명ㆍ여 6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6.4%가 자신 외에 다른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나 이들을 도와준 적이 있다는 대답은 43.1%에 그쳤다. 이유는 ‘무관심’(47.2%) ‘나까지 괴롭힐까 봐’(21.4%) ‘다른 친구도 가만있으니까’(16.9%) 등이었다.
또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63.3%가 자신이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친구가 알고 있었지만 말로 위로를 받거나(62.4%), 아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25.6%)가 대부분이었고 경찰에 신고해 준 친구는 5.1%에 불과했다.
자신이 직접 도움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상담했다는 피해학생도 29%에 그쳤다. 이중 38.4%가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꼽았고 상담에 대한 불신(21.9%), 비밀보장 부족(18.6%), 보복에 대한 두려움(12.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학교폭력을 혼자 고민하는 분위기 때문에 피해학생 가운데 13.4%는 학교폭력으로 자살을 생각해보거나 실제로 시도해본 것으로 드러났고, 병원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9.1%였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70% 이상이 복수의 가해자로부터 집단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학생이 1명이란 응답은 26.7%에 그친 반면, 2∼5명은 57.7%, 5∼10명은 14%였다.
이들 피해학생은 물리적인 폭력뿐 아니라 금품까지 뺏겼는데 1만원 이하라는 대답이 63.7%로 가장 많았고 1만∼10만원이 28%, 10만원 이상 고액도 8.3%에 이르렀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3년여간 100만원 이상 갈취 당했다는 응답도 있어 학교폭력이 단순한 학창시절의 주먹질을 넘어 장기간 고액을 노린 범죄의 영역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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