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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청구기준 마련'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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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청구기준 마련' 문제 없나

입력
2005.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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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5일 대검찰청에 형평성ㆍ일관성 있는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10월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지휘 이후 구속영장 청구기준의 문제점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개개인에게 강제력을 미치는 규칙, 지침 등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들은 소속 지청에서 3~4년 단위로 발간하는 ‘양형기준표’를 참고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2003년 발간된 ‘양형기준’책자에 횡령ㆍ배임, 사기 등 자주 발생하는 범죄별로 구속요건 및 구형기준, 약식기소할 때 벌금 청구액수 등이 제시돼 있다.

횡령ㆍ배임 사건의 경우 피해액이 2,000만원을 넘고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되어 있다. 각 지청별로 지역 경제사정을 감안해 구속 기준이 되는 피해액이 낮아지거나 같은 범죄라도 벌금 부과액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마련돼 있는 양형기준표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횡령 액수가 수백억원에 이르렀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스포츠 외교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기준표에 나오지 않은 여러 사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형기준표에 나와 있는 범죄도 이처럼 내부권고안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국보법 위반 사건이나 뇌물수수 사건은 아예 권고기준조차 없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사건의 경우 수수액이 적더라도 청탁의 내용과 금품수수 행태에 따라 죄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보법 사건도 발생빈도가 적고, 사안별로 고려할 것들이 많아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법무부는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죄질이나 피해액 등으로 정해서는 안되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대로 피의자의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여부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죄가 중하고 죄질이 나쁘면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을 하도록 유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법무부의 지시대로 구속기준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로만 좁혀질 경우 권력 있고 돈 있는 피의자들은 구속을 면하고 힘없고 가난한 피의자들만 더 구속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죄가 중할수록 도주 또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피해액수나 죄질도 구속영장 청구기준에 일부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가이드라인 수준의 기준들(피해액, 피해자와 합의 여부 등) 외에 어떤 새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구속 기준을 객관적 수치로 만들어 개별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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