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력 과잉 취업자들에 대한 통계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 졸업장이 실업 증명서가 되다시피 한 현실에서,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통계를 내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대학 진학의 목적은 취업’이라는 전제를 두고 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대학이 중등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명제는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처럼 고등 교육이 대중화한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대학 전공과 관련 있는 분야에서 일하는 대졸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 그렇다고 모든 대학의 모든 학과를 취업하기 쉬운 학과로 구조 조정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단견일 것이다.
지금은 특정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산업화 시대가 아니다. 분업이 시대적 요체였던 산업화 시대는 모든 분야를 완벽하게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복잡한 사회 구조에 대한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시각과 종합적인 판단능력이 요구된다.
전공의 벽이 허물어져야 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한 가지 전공에만 ‘올인’하게 하는 것은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낭비하게 하는 길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에서 실시하는 교양 교육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특정 학문의 소양을 쌓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과정에서 할 몫이거나 학생 개인이 선택하는 심화 강좌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대다수 학생이 대학 교육을 마친 뒤 얻을 수 있는 성과는 교양 강좌를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 교양 강좌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ㆍ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언제부터인지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대학 구조를 계속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특성화를 통한 학과 구조조정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인재 양성에 대한 철학이 없는 한 모집 단위의 광역화에만 그친 나머지 실패하고만 학부제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호 제주한라대 관광러시아어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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