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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겨울 맛기행 - 보령 '천북 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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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여행 - 겨울 맛기행 - 보령 '천북 굴구이'

입력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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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안면도에 가로막힌 ‘바다의 호수’ 천수만에도 겨울이 깊어 간다. 뭍은 흰 눈으로 소담스럽고 눈 녹은 잿빛 바다는 겨울 햇살을 튕겨낸다.

홍성방조제 바로 옆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의 ‘천북 굴구이 단지’. 바다를 끼고 90여채의 굴구이 집이 죽 늘어서 있다. 간이 건물의 포장집 안을 들어서니 바닥에는 숯탄이나 가스불에 올려진 석쇠들이 즐비하다. 의자를 끌어와 앉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껍데기를 고스란히 두른 굴 한바구니와 목장갑, 과도만한 칼 한자루씩을 건네준다.

불 켜진 석쇠에 굴을 쏟아 붓고 익기를 기다렸다. 얼마 안가 뜨거움을 참지 못한 굴이 마침내 조금씩 입을 벌리기 시작했고, 장갑 낀 손과 칼로 뜨거운 굴 껍질을 벌려 가며 흰 김 오르는 속살을 발라냈다.

초고추장 살짝 찍어 먹으니 생굴과는 또 다른 맛이다. 생굴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큼하며, 무엇보다 비릿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절묘한 조화에 굴 까는 손길은 더욱 바빠지고, 금세 바구니는 비어진다. 일반 조개 구이와 천양지차다. 먹다보면 그 비릿함에 목이 감겨오거나, 조미료 덩어리를 삼킨 듯한 역겨움까지 느껴지던 여타 조개와는 달리 이 곳의 굴은 아무리 먹어도 그런 게 없다. 거북하지 않다며 계속 넣어 달라고 노래 부르는 뱃속이 겁날뿐.

이 곳에 굴구이 단지가 형성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민물이 적당히 흘러 드는 천수만의 바다는 예로부터 굴로 유명했다. 추울 때 이뤄지는 굴 채취 작업은 주로 아낙네들의 몫이었다.

한겨울 바닷바람에 언 몸을 녹이기 위해 그들은 모닥불을 피웠고, 허기를 달래보려 그 불에 굴을 껍데기 채로 넣고 구워먹기 시작했단다. 그것이 알음알음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의 천북 굴구이 단지를 만들게 했다. ‘원조 굴구이’의 소사(小史)다.

굴이 채취되는 시기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찬바람이 날카로워질수록 ‘바다의 우유’ 굴의 맛은 더욱 깊어진다. “굴구이는 그 맛도 맛이려니와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의 나들이에 제격이죠.

바다 구경도 하고 바가지 없는 천북의 푸짐한 인심도 담아 가세요들.” 양영돌(63)씨가 건네는 초대장이다. 때마침 17~25일까지 열리는 ‘보령 천북굴 축제’가 계절을 반긴다. 양씨는 바로 그 축제 준비 위원장.

3~4인이 푸짐히 먹을 수 있는 굴 한 바구니가 2만5,000원. 굴밥(6,000원)과 굴국수(3,000원)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양 위원장이 운영하는 ‘갈릴리 수산(041-641-7057)’ 등에서는 집에서도 굴구이 맛을 볼 수 있게 굴을 택배로 보내준다. 30kg에 4만5,000원, 15kg에 2만5,000원.

바닷가에서 굴로 배를 채웠다면 보령의 성주산과 보령호 주변으로의 드라이브를 권한다. 보령 시내를 벗어나 성주터널을 지나면 갑자기 딴 세상에 온 듯 성주산의 설경이 빚는 조화에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통일신라 시대의 큰 절이 있었던 성주사지에는 탑과 석등, 비석들 만이 남아 있다. 폐사지가 주는 적막함속으로 겨울이 잦아 들고 있다.

그 뿐이랴. 서해로 흘러 드는 웅천을 댐으로 막아 만들어진 보령호 주변은 수면에서 노니는 철새를 구경하며 한가로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에서 나와 천북면소재지를 거쳐 40번 국도를 타고 홍성군 남당 쪽으로 달리면 홍성 방조제 직전에 굴구이 단지가 나타난다. 보령시청 관광과 (041)930-3541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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