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는 잘못 알고 있는 의학 상식 때문에 병을 걱정해서 오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자신의 사소한 증세와 더불어 주위에서 잘못 전달된 의학 정보로 어쩌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분이지요.
또는 그 정보가 설사 크게 틀리지는 않다 하더라도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거나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할 일을 부분만 보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 알고 있는 의학 상식으로 병원을 찾는 분에게 괜찮다는 말을 건네면 대개 안심하면서도 요즘 주위에 하도 몹쓸 병이 많아서 걱정이 되어 병원을 찾았노라고 하십니다. 그런 우려를 모두 없앨 수는 없지만 아주 흔히 보는 잘 못 알고 있는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소변 색으로 병을 진단하려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 어쩌다가 소변 색깔이 짙거나 거품이 인다고 바로 신장병을 걱정하는 것이죠. 실제 소변의 짙고 옅음은 오줌의 농축 정도, 즉 수분 섭취에 달린 경우가 많고 음식 섭취에 따라 일시적으로 거품이 많이 이는 소변을 볼 때가 있습니다.
소변 검사로 많은 병을 시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병의 다른 증상과 결부할 때 진단 가치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소변 색으로만 병을 진단할 수는 없겠습니다. 비슷한 예로 대변 색깔이 황금색이 아니라고 걱정하는 분도 봅니다. 대변 색깔은 선명한 피가 나오거나 피가 소화되어 시커멓게 되는 흑변이 아니라면 진단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습니다.
어깨가 아픈 오십견 환자 분이 담낭 이상을 걱정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담낭염이 있을 때 오른쪽 어깨까지 통증이 뻗치는 증상이 있긴 합니다만 이 분은 오른쪽 어깨가 아프면 담낭염이라고 단정해버린 것입니다. 갑이 있을 때 을이 생긴다고 해서 을이 있다고 모두 갑인 것은 아니잖습니까?
가슴이 아프면 협심증이라고 걱정합니다. 협심증에서 나타나는 통증의 특징은 주로 힘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몇 분 정도 아프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증상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아프거나 한 쪽이 아프더라도 오랜 시간 계속 아프다든지 하는 증상은 심장병과 별 관련이 없습니다.
어지럽다고 빈혈을 조사하고자 하는 분도 참 많습니다. 피가 모자라서 생기는 빈혈의 증상은 어지럼 보다는 기운이 없고 피로한 증상이 훨씬 흔합니다. 어지러운 증상과 빈혈을 동일시하는 우리의 말글 생활이 이런 오해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아침에 양치질할 때 메스꺼움이 있으면 소화기 병이나 간이 나쁘다고 여깁니다. 실제 입천장이나 목구멍 근처를 건드리면 구역 반사가 잘 일어나고 특히 그런 반사가 더 예민해질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감기 증세로 기침을 할 때 자극이 되어 구역질을 하는 분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메스꺼움은 저절로 생길 때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양치질과 같은 자극이 있을 때는 걱정하시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간이 나빠서 고생하시는 분이 많아서 그런지 얼굴색이 안 좋다고, 또 눈이 피로하다고 간 검사를 원하는 분도 있지요. 황달이 있거나 간 경화가 있는 환자에서 안색의 특징이 나타납니다만 그쯤 되려면 얼굴색이 아니라 다른 증세나 소견으로 벌써 진단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음식조절하고 운동해서 체중을 줄인 결과 얼굴에 살이 빠졌다고 병을 걱정하는 분도 있습니다. 얼굴이 살이 오른 것이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주위 분의 걱정 어린 충고로 병원을 찾습니다만, 아무런 권고도 받지 않은 편이 훨씬 나았겠지요.
의학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매일 보는 신문 방송에서도 여러 전문가들이 훌륭한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있는 환자 분들은 전체 조각 그림을 맞추기 보다는 정보의 조각을 하나씩 끌어다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는 수가 많습니다.
의학 정보를 받아들일 때는 언제든지 전체 그림을 생각하시고 하나의 길잡이 정도로 여기시되, 정보 내용이 자신이 겪는 구체적인 증상에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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