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제1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독일은 국가의 이름으로 전쟁에 나가 이웃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에 대해 일체의 추모 시설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럽연합(EU) 통합 과정에서 독일은 일부 영토까지 포기할 정도로 과거 역사를 철저히 청산했다”며 “EU 뿐 아니라 동아시아 정상회의 창설 과정의 핵심도 과거 질서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또 “독일, 프랑스는 EU 통합 과정에서 헤게모니, 패권 경쟁을 철저히 절제하며 헌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동아시아 정상회의 출범 과정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일본과 중국을 우회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때인가 북한도 이런 대화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러시아를 비롯, 이 지역의 평화 번영과 질서 유지에 기여하는 모든 국가가 EAS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 및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 EAS 회원국 정상들은 “EAS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및 경제적 번영을 도모하기 위한 공동체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채택하는 한편 내년에는 필리핀 세부에서 제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쿠알라룸푸르ㆍ마닐라=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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