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5일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삼성 채권의 용처가 속속 드러나자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에게 대선자금이 제공된 사실이 알려지자 “공소시효가 지난 뒤에야 끼워넣기 식으로 검찰이 발표한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며 맹포화를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또 24억여원의 추가 대선자금이 유입됐다는 검찰의 후속 발표에 대해 “이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고,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의혹확산을 덮기 위한 물타기”라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 사건을 검찰이 오래 전에 파악해 놓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9월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재경 의원은 “수 억원의 삼성채권이 2004년 7월 서울지역 모 금융기관에서 현금화됐는데 최종 소지자는 참여정부의 실세로 통하던 한 인사의 주변인물로 알려진 사람”이라고 했었다. 이날 김 의원은 “그 사람이 이광재 라는 것은 당시 검찰도 알고 있던 공공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가 “이번 수사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순간 불러내고, 이 의원도 자백하는 식으로 해서 떨어내는 연말 대바겐 세일”이라며 “이 의원의 강원지사 출마를 위한 길 닦기 수사”라고 말한 것도 그래서다. 공소시효 완료시점에서 이 의원이 적당한 선에서 혐의를 시인하고 수사를 종료함으로써 의혹의 불길이 노 대통령쪽으로 향하는 것을 막겠다는 게 검찰의 계산이었다는 비난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표면적인 부인과는 달리 삼성채권의 용처와 흐름을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밝혀진 삼성 채권의 규모는 800억원대. 이 가운데 한나라당에 300억원, 노무현 캠프에 15억원,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에게 15억원이 제공된 것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나머지 470억원대의 용처는 베일에 가려진 채 드러나지 않았는데 상당부분이 노 대통령쪽으로 흘러 들었을 것이라고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300억원이 제공됐는데 노 대통령쪽에 그만한, 아니면 훨씬 많은 돈이 제공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제공 시점은 노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후보 단일화 이후, 늦어도 당선 직후였을 것이라는 얘기들이다. 따라서 이번에 드러난 이 의원의 자금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
권영세 의원은 이날 “검찰이 채권번호 등 추적할 단서는 충분히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일부러 추적하지 않았거나, 추적해 용처를 밝혀 놓고도 덮어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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