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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속 안지키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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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약속 안지키는 북한

입력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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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제주에서는 17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다. 올 한 해 남북관계를 정리하고 내년도 방향을 잡아가는 자리다. 이런 의미 때문인지 제주 롯데호텔 수영장을 개조한 프레스센터에는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회담을 지켜보는 기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북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어떤 의제들이 합의될까”라는 기대보다는 “합의가 과연 제대로 이행될까”라는 의구심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군사당국회담. 남북은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렸던 15차 장관급 회담에서는 3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이른 시일 내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됐다. 이어 9월 평양에서 열린 16차 장관급 회담에서도 동일한 합의를 했다. 하지만 북한 군부는 자신들의 대표단이 사인한 합의사항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7월 수산회담에서 합의한 서해 공동어장 조성, 8월 공동조사하기로 했던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10월로 예정됐던 경의선 시험운행 역시 북한 군부 때문에 몇 개월째 진전이 없다.

북한 군부의 ‘몽니’는 남한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남북 대표단이 며칠 밤을 새며 합의한 내용들을 헌신짝처럼 무시하는 것은 결코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나라도 아닌 비정상국가’로 비쳐지고 있다. 약속 불이행이 쌓이면 그런 오명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16일 회담이 끝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북한 대표단에 한마디 하고 싶다. 제발 이번만큼은 약속을 지키는 신사도를 보이라고.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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