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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남자들의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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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남자들의 허세

입력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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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우면 어른들은 길가에 까치가 얼어 죽었더라고 했다. 그래서 어린 날, 날이 추우면 정말 까치가 얼어죽는 줄 알았다. 왜 참새나 비둘기가 아닌 까치냐고 물으면 어른들은 또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새들은 볏짚가리나 마른 나무둥치 속에 구멍을 파고 집을 짓지만 까치는 잎 하나 없는 높은 나무 위에 마른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집을 짓고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개를 젖히고 쳐다보면 겨울 까치집은 엄동설한에 황소바람이 그대로 숭숭 통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날이 추워도 길가에 까치가 얼어 죽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까치는 멀쩡하게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마른 산수유 열매를 쪼며 날아다니고, 그걸 바라보는 우리들의 콧속만 얼음을 끼운 듯 맵다.

요 며칠 날이 매우 춥다. 그런데도 우리집의 청년학도는 씩씩함을 자랑하려는지 얇은 셔츠 위에 교복만 입고 학교에 다닌다. 길가에 까치가 얼어 죽었다고 말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

돌아보면 우리 역시 그 나이엔 아무리 추워도 내복을 입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내복을 입은 모습을 보이는 걸 무척이나 남세스럽게 여겼던 것이다. 사나이의 허세는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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