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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부문 양보 가능성 열어둬" WTO 연설문 수정'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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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부문 양보 가능성 열어둬" WTO 연설문 수정'소동'

입력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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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홍콩 각료회의에 참석 중인 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연설문 초안에서 농산물 양보 가능성을 언급해 농민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후 각료회의 기조연설에 앞서 미리 배포한 김 본부장의 연설 원고는 “한국이 다자 무역을 통해 발전해왔지만 농업을 포함해 아직도 국내적으로 민감한 일부 부문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그렇지만 협상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축적일 용의가 있으며 협상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번 회의에 참석 중인 최 혁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가 “연설문안에 ‘신축적’이라는 게 무슨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업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주는 나라인데 반해 공산품 분야 등 수출품목은 다른 나라 관세가 내려가면 진출할 여지가 많은 만큼 양보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농업 취약성 때문에 이 분야에서만큼은 양보가 곤란하다는 정부의 기존 태도와 상반된 것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자 통상교섭본부 측은 문제의 연설문안을 “농업분야 자유화는 민감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로 수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윤장배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기자들과 만나 “농림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상전략회의에서 한국 농업의 특수성과 농민 입장을 고려해 김 본부장의 연설 내용을 수정했다”면서 “원고 내용은 정부 공식 입장과 다르다”고 급히 해명했다.

최 대사도 “협상에 임할 때 일반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각국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처간 협의도 거치지 않고 농업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처럼 언급한 데 따른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농업보호 의지를 내비쳐도 어려운 판에, 협상을 시작하자마자 농업분야 양보를 운운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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