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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퇴물?… 태극전사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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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퇴물?… 태극전사도 자신"

입력
200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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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서른 다섯, 축구 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나이다. 하지만 서정원(오스트리아 SV리트)에게 나이는 말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 남들이 은퇴의 길로 들어설 때 홀연히 유럽으로 진출, 제2의 축구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프로축구 전기리그를 끝내고 한달 일정으로 귀국한 서정원은 15일 오스트리아 유력 일간지 쿠리어에 의해 올해의 최고 선수(Jahreswertung ALLER Spieler)로 선정됐다. 서정원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니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 한국축구의 위상을 세운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1987년 청소년대표로 발탁된 이래 2000년대 초반까지 국가대표의 간판 측면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서정원은 지난해 수원 삼성에서 플레잉코치를 지내다가 돌연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아직 현역에서 물러날 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초 1년이든 6개월이든 선수로 뛴 뒤 3~5년 간 지도자 수업을 받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SV리트로 이적한 그는 2005~06 시즌 전기리그 22경기에 풀타임 출전, 7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다. 한물간 퇴물로 여겨지던 그가 왜 이렇게 잘하는 것일까.

“한경기 한경기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한국에서는 플레잉코치를 하고 있어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마음 편하게 풀타임 출전하다 보니 체력도 붙고 컨디션도 좋아졌습니다. 또 공격에만 치중하고, 주변에서 받쳐줘 자연히 골도 많이 넣게 되더군요.”

지금 페이스라면 태극마크를 다시 달아도 되겠다고 덕담을 건네자 그는 “(주변에서) 그 얘기를 많이 해서 솔직히 죽겠어요. 어린 후배선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솔직히 욕심은 없다. 그러나 정말 필요해서 불러준다면 갈 용의는 있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독일월드컵 때 현지로 응원을 갈 생각이라는 그는 한국의 월드컵본선 16강 진출의 최대 장애물이 될 스위스에 대해 절대로 만만히 상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17차례 A매치를 치러 단 한번밖에 지지 않은 강팀이고, 토고 역시 강호 세네갈을 잡아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1월4일까지 예정된 국내 체류기간을 채운 뒤 현지로 복귀할 예정인 그는 언제까지 뛸 것이냐는 질문에 “체력적인 문제는 없다. 기회가 되면 40살까지도 현역으로 뛰고 싶다. 그 후 2~3년 지도자 수업을 더 쌓은 뒤 선진 유럽축구를 한국축구와 접목, 서정원식 축구를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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