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기업공개가 예상되는 국영 석유회사의 회장으로 도널드 에번스 전 미 상무장관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푸틴은 지난 주 에반스 전 장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의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에번스 전 장관은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일등 공신으로, 이른바 ‘텍사스 사단’의 핵심 인물이다. 부시 정부 1기 때 상무장관을 지내다 2기 정부 들어 물러난 뒤에도 워싱턴 정ㆍ재계에서 ‘사실상의 재무장관’으로 통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푸틴은 최근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국영 가즈프롬이 주도하는 북유럽가스(NEGP) 컨소시엄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게 맡기는 등 세계 유명 정치인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슈뢰더 영입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통로 역할로 벌어들인 통행료 수입이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폴란드, 발트 3국에 대한 외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되고 있다.
FT는 슈뢰더 영입이 유럽 국가에서의 그의 활동력을 감안한 것이라면 에번스에 대한 접근은 국영기업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주안점이 두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로스네프트는 석유기업인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프테가즈를 인수,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으로 급성장한 후 내년 주식 공개 공모를 앞두고 있다.
기업 공개를 앞두고 국영 회사 운영의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얼굴마담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푸틴은 5월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사장을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하면서 정적 제거와 함께 석유사업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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