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져 있던 삼성채권 800억원의 사용처가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 9월부터 이학수, 김인주씨 등 삼성측 고위 간부와 서정우, 이광재씨 등 정치인 조사를 통해 800억원의 행방을 대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여야에 추가로 제공된 수십억원대 채권이 새로 밝혀졌고 삼성이 보관하고 있던 400억원대 채권이 드러났다고 설명하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800억 어디에 쓰였나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은 삼성 측에서 정치권에 제공한 채권 규모를 발표했다. 한나라당 300억원, 노무현 후보 캠프 15억원, 김종필 자민련 총재 15억 4,000만원 등이었다. 검찰은 삼성의 전체 채권매입 규모를 800억원 대로 추정하면서 나머지 미확인 부분에 대한 사용처를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내사 중지 상태였던 수사는 올 5월 삼성에 채권을 사 준 삼성증권 전 직원 최모씨가 귀국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검찰은 그동안 중단했던 채권의 현금화 여부 조회를 재개했고 9월 검거된 최씨를 통해 채권 번호를 확정한 직후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광재 의원에게 6억원, 서정우씨에게 24억 7,000만원 어치의 채권이 더 전달됐으며, 400억원 대의 채권은 삼성이 보관 중이라는 새 사실을 밝혀냈다.
어제는 이광재 의원, 오늘은 한나라당
14일 서울중앙지검의 도청수사결과 발표일에 맞춰 이 의원을 소환했던 검찰은 15일에는 8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학수, 김인주씨 등 삼성 고위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들을 비밀리에 조사해왔던 검찰이 뒤늦게 참고인 신분에 불과한 이광재 의원을 공개 소환한 점과 그동안 국민적 관심이 끊이지 않았던 대선자금의 핵심 미스터리를 이제 와서 공개하는 모양새도 이상하다.
특히 삼성이 400억원대 보관 채권을 순순히 검찰에 제출한 것도 상식 밖이다. 삼성 측은 그동안 “기업 경영의 보안사항”이라는 논리로 검찰의 채권번호 제출 요구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이 역시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대부분 지나 ‘무혐의 처분 대상’에 들어가자 뒤늦게 협조 자세로 돌아섰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밝힌 뒷얘기
검찰은 이날 수사 과정에서 밝혀낸 뒷얘기도 일부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광재 의원에게 삼성이 건넨 6억원의 채권은 삼성이 먼저 제공 의사를 밝혔다. 삼성은 2002년 5월께 한나라당의 서정우 당시 의원과 민주당측 이광재씨를 창구로 물색한 뒤 접촉했다. 6억원을 받은 이씨가 “”.
검찰은 또 “채권 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삼성에 ‘구조조정본부를 압수수색하겠다’는 압박까지 해 가며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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