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의 부활 신호가 곳곳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최대 사용자단체인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은 13일 내년 봄 임금협상(춘투ㆍ春鬪)에서 그 동안 억제해 온 임금인상을 용인할 뜻을 밝혔다. 전신인 닛케이렌(日經連)이 거품경제 붕괴 이후인 1994년 임금동결 방침을 발표한 후 11년 만의 방침 전환이다.
배경은 물론 활황기로 접어든 일본 경제이다. 게이단렌은 이날 발표한 ‘경영노동정책위원회보고’에서 “경기가 회복기조이며 경쟁력을 높일 호기”라고 진단한 뒤 “기업의 경쟁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의 의욕을 높여줄 적절한 조치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 최고 우량기업인 도요타 자동차 노조가 4년 만에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도요타 노조는 사상 최대인 1조1,621억엔의 순이익을 올린 2003년에도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자발적인 기본급 동결과 함께 보너스 삭감 조치를 받아들인 바 있다.
게이단렌의 방침 전환은 소비 활성화 경로를 통해 일본이 고대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한층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기업 근로자들은 호경기 덕분에 올 겨울 ‘돈잔치’를 벌이게 됐다. 닛케이(日經)신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근로자들의 올 평균 겨울 보너스액은 1인 당 80만4,458엔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또 일본 상장기업의 2006년 3월 배당 총액도 사상 최대인 3조7,738억엔에 이를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밖에 폭발적인 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및 기업 설비투자 증가 등 각종 경제 지표들의 호전도 일본 경제가 부활하고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여전히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급등하는 유가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호황은 일본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개혁의 결과라는 점, 또한 진행 중인 각종 개혁들이 일본 국내외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는 침체를 딛고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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