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과소비에 관해 잘못된 관념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첫째로 자기소비는 합리적인데 타인의 비슷한 소비행태는 과소비란 생각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이중 잣대의 문제다. 둘째로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분명히 과소비현상으로 나타나는 데도 개인적으로는 모두 과소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셋째로 나의 과소비는 개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넷째로 일반 대중의 모방심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인데도 과소비성향이 일부 계층만의 문제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각자의 능력과 선호가 다르면 소비행태가 달라야 하는데 과소비를 유행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쉽게 따라간다. 일종의 열등감에서 나오는 헤픈 씀씀이야말로 과소비의 대표주자다.
에너지에 관한 과소비는 어떤가. 에너지는 생산과정의 한 투입요소로서 소비되는 성격이 있는 한편 일상생활에서 효용 창출을 위해 소비되는 측면이 있다.
에너지를 투입요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에너지 소비는 국내총생산을 증대시키지만 소득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효용 증대를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 소비는 국내총생산이 높을수록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에너지 소비가 국내총생산을 유발하기도 하고 국내총생산의 증가가 에너지 소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는 세계 10위, 석유 소비는 세계 7위로 경제규모에 비해 많은 양의 석유를 소비하고 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을 추월한다. 미국의 경우 석유를 많이 수입해도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정도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석탄과 가스 등으로 충당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유 비중이 무려 55%이고 에너지원의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올해 상반기 에너지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4.4%나 증가했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비중이 높고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와 그에 따른 환경ㆍ사회 문제의 증가. 이 딜레마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수요 증가를 줄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머지않아 석유위기가 올 것’이라 경고했던 미국 프린스턴대 케니스 데페이에스 교수의 메시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가 제시한 궁극적 대안은 “정육점 주인이 고기를 대하는 자세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순 에너지관리공단 경기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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