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만난 일본 한센인 원고단 사무국장 재일동포 구니모토 마모루(國本衛)씨 곁에는 한 중년의 일본 여성이 보좌하고 있었다. 부인이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한센인 지원 모임’ 회원으로 이번 구니모토씨 방한을 도와 자원봉사를 온 사람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의 한센인에 대해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그에게서 느꼈던 미묘한 감정이 ‘부끄러움’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 10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 한센인들의 재판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당시 한국대사관 직원이나 교민은 단 1명도 보이지 않았다며 서운해 했다. 보상 불가 판결 이후 벌어진 국내 시위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시민단체에서 한국 한센인들의 시위를 도왔고 응원했다.
재판 역시 일본 변호인단이 소록도를 찾아 적극적으로 도운 끝에 열리게 된 것이었다. 12일에는 일본 내 전문가들이 한국과 대만 한센인들에 대한 보상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
우리는 어떤가. 국내 한센인에 대한 보상법은커녕 생활지원법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소록도에 있는 700여명 가운데 완치된 후 거주하는 600여명의 주민들은 아직까지 입원환자로 간주돼 정작 생계비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이들을 질병관리 차원에서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권유린 실태도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일본 측이 “함께 책임을 가진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는데 왜 우리만 보상해야 하나”라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다. 한 평생을 세상과 단절된 채 멸시의 눈길을 받으며 살아온 한센인들 대부분은 80세 이상의 고령이다.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박상진 사회부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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