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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노인수발보장제/ 질환고통 국가가 '보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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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내는 노인수발보장제/ 질환고통 국가가 '보호막'

입력
2005.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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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중풍, 대한민국이 돌봐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노인 복지를 강조하며 도입을 약속한 노인수발보장제도가 차근차근 입법화의 길을 밟고 있다. 제도를 뒷받침 할 노인수발보장법은 지난 달 8일 입법예고를 마친 뒤 현재 법제처에서 법안 심사를 하고 있다. 이미 올해 7월부터 충남 부여 등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 차례의 공청회를 거쳤음에도 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시민단체, 의료계, 경제계 등에서는 여전히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넘어가게 되면 또 다시 여론수렴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현재의 법안이 상당히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노인수발보장제도

지금까지는 노인 수발을 개별 가정이 도맡아왔지만 이제부터는 국가와 사회가 함께 노인들을 보살피겠다는 것이다.

왜 필요한가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경향이 제도 도입을 앞당겼다. 요양 또는 수발이 필요한 노인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2005년 현재 전 인구의 9.1%인 438만 명이다. 10년 뒤에는 640만 명, 20년 뒤에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여성의 사회 참여가 크게 늘어나고, 핵가족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개별 가정에서 노인을 돌보는 것

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어떻게 운영되나 65세 이상 노인 또는 치매,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64세 이하 국민들 가운데 6개월 이상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수발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들을 수발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국가 지원, 보험료(건강보험 가입자는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본인 부담 등으로 충당한다.

서비스는 크게 시설 서비스와 재가 서비스로 나뉜다. 시설 서비스에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공동생활시설에서의 서비스가 있고, 재가 서비스는 방문 간병ㆍ 수발, 방문 간호, 주간 보호, 단기 보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제도가 정착되면 노인성 질환의 고통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짊어짐으로써 노인의 삶의 질이 올라가고, 그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면서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쟁점 사항

정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시민단체 등은 예산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름에 대해서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다. 당초는 노인요양보장제도였다가 노인수발보장제도로 바뀌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 의료계 여성계 등에서는 ‘’. 도입 시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정부는 2008년 7월 시행을 고수하고 있고, 경제계 등에서는 연기를 주장한다. 시민단체도 공적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가가 얼마나 재원을 부담할 것인지, 본인 부담비율은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등의 문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 쟁점1. 요양? 수발?

법ㆍ제도의 이름과 관련해서는 의료계, 간호계, 여성계, 노인회 등은 ‘요양’을 지지하고, 경제계, 시민단체 등은 ‘수발’을 선호한다.

법안을 마련한 보건복지부는 처음에는 ‘요양’을 썼지만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수발’로 바꾸었다. 제도의 주요 목적이 간병, 수발 등의 복지 서비스인데다, 치료의 뜻이 강한 건강보험법의 요양과 구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노총과 경실련, 건강보험공단 등도 “요양급여와 중복 우려가 있다”며 복지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노인수발보장제도는 간병ㆍ수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적 서비스는 기존의 건강보험에서 담당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의사협회 간호협회 등 보건의료계는 “수발은 노인에게 필요한 간호나 재활과 같은 의료적 서비스를 담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cure(치료)가 없는 care(보호)만으로는 실질적인 노인복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에서는 “수발은 여성에 의한 부모수발을 연상시키는 등 가부장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쟁점2. 도입 언제부터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와 참여연대 등은 시행을 연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노인수발보장법은 경제발전 수준과 재정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2015년 이후로 미룰 것을 주장했다. 경총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재원 확보 방안을 보면 2015년까지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고령화가 더 급속히 진행될 그 이후의 소요 재정에 대해서는 고민이 크게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조금 다른 이유를 내세운다. 지난 달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공적 인프라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보험 방식의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공공 시설이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상태에서 제도가 서둘러 시행되면 서비스가 민간 시설을 중심으로 제공될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또 정부가 재정 책임을 소홀히 하고, 사회적 합의도 아직은 덜 이뤄진 것도 제도 도입을 연기해야 할 이유로 들었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 “2003년부터 노인요양시설을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해 2008년까지는 적용 대상자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노인수발보장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만큼 2015년 이후의 장기 추계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 쟁점3. 수발평가관리원 신설

제도의 운영 주체 중 하나로 수발평가관리원을 새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수발평가관리원을 설치토록 했다. 이 경우 관리운영기구가 이원화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격 관리, 보험료 징수, 급여 심사, 재정 관리 등을 담당하고, 수발평가관리원은 신청자 조사, 수발 등급 판정, 수발계획서 작성, 급여의 질 관리를 맡게 된다.

정부 방침에 대해 의사협회는 찬성을 표시했지만, 건보공단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경실련 대한노인회 등 대다수의 단체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발평가관리원 신설은 사회적 비용만 추가로 들어가는 셈이라는 게 첫번째 이유다. 건보공단 등 기존의 기구와 인력으로 충분히 업무 수행이 가능한 데 공연히 재원을 낭비할 까닭이 없다는 주장이다.

건보공단이 단일 운영기구가 되면 1,383억원의 추가 비용으로 가능하지만 평가관리원을 새로 만들 경우에는 3,724억원이나 들어간다는 건보공단의 추계도 있다. 반대론자들은 또 전국 단위의 대규모 조직 신설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다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건보공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평가관리원)이 달라 수발 재정에 대한 책임 의식이 약해지고, 서비스가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기금이 부실화할 수 있고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급여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노인수발은 새롭고 전문적인 업무”라며 “등급을 판정하고, 수발계획서를 작성하며, 이에 맞춰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건보공단과는 독립된 전문적인 별도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지부는 또 “건보공단으로 단일화하더라도 이 업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은 신규로 채용해야 한다”며 “이 경우 건보공단 등의 주장과는 달리 수발평가관리원을 신설하는 것과 비교해 관리운영비 등이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 쟁점4. 재정부담 비율은

노인수발보장제도는 국민이 내는 보험료와 국가 지원, 그리고 수혜자 본인 부담으로 재원이 충당된다. 국가의 부담 정도에 대해 정부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차가 크다.

정부는 그 동안 일관되게 재정의 30~40%를 부담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현재는 부담 비율을 30%로 확정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장기 요양보장제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전체 비용의 50%는 국고로 지원토록 법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혜자에게 주어지는 본인 부담비율은 20%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경실련, 여성단체연합 등은 본인 부담비율 20%는 노인과 저소득층에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들은 혜택을 받는 기간에 따라 본인부담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초수급자는 본인부담이 없고, 차상위 계층은 10%로 조정할 것”이라며 “본인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수급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마련 중인 법에는 빠져 있는 장애인 수발 보장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보호 특별대책 등 별도의 법ㆍ제도ㆍ정책으로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 밖에 의사협회, 노인시설협회 등에서는 수발 인정 여부를 심사할 때 의사소견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한국노총 등에서는 등급판정위원회에 의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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