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닐프로판올아민(PPA)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복용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법원은 감기약을 제조한 제약사와 관리 감독을 담당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안승국 부장판사)는 13일 PPA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인 ‘콘택600’을 먹은 뒤 뇌출혈로 숨진 여모(사망 당시 44ㆍ여)씨 유족이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의 늑장 대응으로 사망했으므로 1억9,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제조사인 유한양행, 글락소스미스클라인,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여씨가 콘택600을 복용한 후 술을 마셨지만 약 복용으로 인해 사인인 뇌졸중이 발생한 점이 인정된다”며 감기약 복용으로 인한 사망사실은 인정했다.
식약청은 지난해 8월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PPA성분 함유 감기약에 대해 미국보다 4년 늦게 판매금지 조치해 논란을 빚었다.
재판부는 “여씨가 복용할 당시 국내에서는 100㎎ 이하의 PPA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의 위험성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당시 의학 수준에서는 감기약이 유해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PPA성분 함유 감기약이 오랜 기간 판매되면서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쳤던 점, 현재도 유럽 일부 국가와 일본 등에서 시판되고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예일대는 2000년 “PPA성분이 100㎎ 이상 함유된 감기약의 경우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를 참고해 2001년 관련 감기약을 판매금지했다. 한국 식약청은 당시 100㎎ 이상 함유된 감기약만 생산중지 요청했고, 2004년 서울대 연구팀이 함유량에 관계없이 유해성이 인정된다고 발표한 뒤에야 관련 제품 167종 모두에 대해 사용중지 및 폐기 조치를 내렸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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