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를 납치, 유럽 내 비밀 수용소로 불법 이송한 뒤 심문했다는 주장이 ‘신뢰할 만 하다’는 유럽의 자체 조사 결과가 공표됐다.
유럽 최고의 인권 감시 기구인 유럽 평의회에 의해 조사단 단장에 임명된 딕 마티 스위스 상원의원은 13일(현지시간) “CIA가 테러 용의자를 납치해 유럽 국가들의 국경을 넘나들며 불법적으로 이송했다는 일차적 증거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마티 의원은 이날 유럽 평의회에 제출한 중간 보고서에서 “테러 용의자를 억류하고 이송하는 불법적 행동이 아무런 사법적 고려 없이 진행됐다”면서 “테러 용의자는 어떠한 법적 기준도 존중되지 않는 나라들로 이송됐다”고 밝혀 이들이 이송된 나라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마티 의원은 최근 유럽을 순방했던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 대해 “미국은 CIA 비밀 수용소와 관련된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마티 의원은 11월초 미 워싱턴포스트가 CIA 비밀 수용소 관련 의혹을 폭로한 이후 미국은 유럽에 억류하고 있던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북 아프리카 등지로 이송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마티 의원은 CIA가 유럽의 인권 기준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함께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위반 행위를 묵인하고 허용했는지 여부도 조사해 왔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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