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의 변신은 유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북유럽가스관(NEGP) 컨소시엄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 안팎에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NEGP 프로젝트는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즈프롬이 주도해 러시아~발트해~독일을 잇는 총 연장 1,2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려는 계획이다.
지난달 22일 굵은 눈물을 흘리며 권좌에서 물러난 슈뢰더에게 박수를 보냈던 독일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의원직까지 내던진 그가 ‘명예로운 은퇴’를 택할 것으로 기대 했던 터라 재빨리 경제 활동가로 옷을 갈아 입어버린 그의 모습은 씁쓸하다.
특히 그가 총선 때 “선거에서 지면 컨소시엄 핵심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소문을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했던 터라 ‘거짓말쟁이’라는 비난까지 쏟아 지고 있다. 여기에 일부 독일 언론이 그의 연봉이 총리 때(30만 유로)보다 3배 이상 많은 백만 유로(약 11억9,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여론은 더욱 차가워졌다.
정치권도 마뜩찮아 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독일 정치권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총리 퇴임 후 취업을 제한하는 윤리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슈뢰더가 야속할 뿐이다. 가스관 사업을 두고 폴란드,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마당에 슈뢰더의 변신 때문에 어려운 외교 문제를 떠안게 생겼다.
이들 나라는 가스관이 들어서면 그 동안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 통로 역할로 벌어들인 통행료 수입이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슈뢰더가 가스관을 앞세워 유럽을 조종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에 놀아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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