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일어난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당한 희생자들이 대법원 사형 판결 전에 이미 사형이 확정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관련문서가 공개됐다.
민청학련ㆍ인혁당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일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건네 받은 형선고통지서, 사형집행명령서, 형집행지휘서 등 사건관련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12일 밝혔다.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비상고등군법회의 검찰부장에게 발송된 ‘다음과 같이 대법원에서 사형선고가 있었으므로 통지한다’는 형선고통지서가 1975년 4월8일 오전 11시에 내려진 대법원 선고보다 8시간 전인 이날 오전 3시에 비상고등군법회의 검찰부에 접수됐다는 소인이 찍혔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의 최종선고가 내려지기도 전에 이미 사형이 확정됐고, 검찰측에 자료가 넘어갔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진상규명위원회는 또 형선고통지서 등 관련서류의 조작의혹도 제기했다. 형선고통지서에 찍힌 서울구치소 접수 시간은 대법원 선고 3시간 뒤인 4월8일 오후 2시이지만 누군가가 사인펜을 사용해 4월8일의 ‘8’자를 ‘9’로 임의로 고쳤다. 국방부장관이 발부한 사형집행명령서 역시 서울구치소 접수 도장의 날짜가 손으로 쓴 펜글씨로 ‘8’자가 ‘9’자로 변경돼 있다.
이에 대해 진상규명위 유진숙 부위원장은 “선고가 난 지 3시간만에 서울구치소에 형선고통지서가 접수된 것은 행정절차를 볼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조작한 증거”라며 “이런 사실은 박정희 정권이 형 확정 훨씬 이전부터 이들을 사형시키기로 결정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재완 송상진씨 등 인혁당 재건위사건 관련자 8명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지 이례적으로 18시간만인 75년 4월9일 오전 5시30분에 사형이 집행됐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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