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흰색의 모나미 육각 볼펜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1960년대 후반쯤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40년쯤 전에 그 볼펜을 처음 본 것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형들의 가방 속엔 검은색과 파란색과 빨간색의 모나미 볼펜이 들어있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에도 대표적 필기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때로는 펜촉을 볼펜 뒤 꼭지에 끼워 쓰기도 했다. 대학시험을 보러 갈 때에도 교복 앞 주머니에 모나미 볼펜 두 개를 꽂고 대관령을 넘었다. 작가수업을 하던 80년대에도 원고지 위에 모나미 볼펜을 꾹꾹 눌러가며 소설을 썼다.
그러다 잠시 타자기로 소설을 쓰다가 지금은 모든 글을 컴퓨터로 쓰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집 앞 문방구에 갔더니 동화 속의 나라 물건들처럼 색색이 예쁜 여러 학용품과 필기구 사이에 그 옛날의 모나미 육각 볼펜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 동안 세상은 참으로 많이 달라져 오히려 안 달라진 것을 찾아내기 힘들 정도인데, 예전에 우리 손 안에 있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 내 친구가 있었다. 우리 주변에 40년 동안 변하지 않고 한 모습 그대로인 물건은 어쩌면 그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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