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손호철의 정치논평] 북한 인권과 사르트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손호철의 정치논평] 북한 인권과 사르트르

입력
2005.12.13 00:00
0 0

개인적으로 관련기사를 볼 때마다 쓴웃음이 나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북한 인권 문제이다. 쓴웃음이 나오는 것은 조선일보 등 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세력들이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군사독재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한 민주화운동과 진보진영의 비판에 대해 귀를 닫고 오히려 독재정권을 미화하기에 앞장섰던 극우 냉전세력들이기 때문이다.

즉 인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들, 특히 우리 자신의 인권도 무시하던 사람들이 엉뚱하게 북한의 인권을 걱정하고 나서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과거 북한을 찬양하다가 돌아선 전향한 주체사상파도 있지만 이들 역시 애당초 대학교육까지 받은 지식인들이 전근대적인 수령관에 왕정처럼 세습까지 하는 북한을 신봉했던 당사자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인권이 더 중요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을 큰 전제로 하여 인권을 중시하고 인권을 위해 싸워온 진보진영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즉 반대로 그토록 인권을 중시하고 하다못해 먼 나라인 이라크 국민의 인권을 이유로 이라크전쟁 참전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왜 유독 북한 문제에는 침묵하느냐는 비판에 부딪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서구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세우면서 왜 소련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천적 좌파 지식인이었던 사르트르가 한 대답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지침이 될 만한 답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사르트르는 우리들의 실천의 원칙은 ‘지금, 여기(now and here)’이어야 하는바, 자신의 삶의 현장이 바로 자본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이의 문제들을 비판하는 것이며, 소련의 비판은 자신이 아니어도 넘쳐나는데다가 자신까지 소련을 비판하는 경우 그것이 “따라서 현재의 자본주의가 그래도 나은 것”이라는 식으로 현실을 정당화하고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를 우리 문제에 적용할 경우 우리의 삶의 현장이 바로 남한이기 때문에 진보진영은 남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비판하는 것이고 북한 비판은 이미 넘쳐나는데다가 진보진영까지 북한을 비판할 경우 그것이 우리의 현실을 정당화하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같은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선일보가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대신 우리의 인권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하는 날 내가 나서서 북한 인권을 비판하기 시작하겠다”고 생각해 왔다.

사실 이라크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북한 인권에는 왜 침묵하느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라크 인권 비판은 그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수 없지만 북한 인권 비판은 우리의 문제를 외면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답해주고 싶다.

●진보진영도 관심 가져야

그러나 경제위기와 함께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인권 현실과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인권 문제는 진보진영도 언제까지 피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 점에서 최근 평화네트워크가 북한 인권 관련 토론회를 연이어 연 데 이어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인권사랑방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다양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대안적 접근’이라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아직 그 논의가 추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진보진영의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들이 활성화되어 냉전 반공세력이 독점해온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양화되고 균형을 갖추게 되기를 기원해본다. 이제 북한 인권에 대해서 사르트르를 넘어설 때가 된 것 같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