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기싸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조정안이 나온 뒤 양측의 갈등이 노골화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정상명 검찰총장 지시로 전날 대검에 접수된 정보보고 및 수사동향 가운데 일부 내용을 선별해 기자단에 공개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을 끄는 중요 사건이나 검찰 내부 동향이 대다수이지만, 일선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은 수사지휘 사례, 경찰관 비리 사례 등도 포함됐다.
대검 공보관실은 13일에도 “대전지검이 올 연말 검사장 표창 대상자를 추천해달라고 경찰에 지시했으나, 관내 21개 경찰서 가운데 9개 경찰서만 추천에 응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경찰의 비협조적 태도를 지적했다.
경찰은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하겠다고 나섰다. 경찰청은 이르면 다음주 중 전국 수만~수십만 명을 무작위로 추려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설문 조사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경찰 입장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최근 검찰이 수사중인 거물브로커 윤상림(53ㆍ구속 기소)씨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표출됐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1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검찰의 윤씨 사건 수사에 대해 “저의가 있는 수사” “불공정한 수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허 청장은 “검찰 수사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며 “검찰 수사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윤씨가 경찰, 검찰, 법원, 군을 망라한 마당발 브로커로 알려져 있는데 검찰이 유독 경찰 비리만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박한철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13일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상대로 소위 표적수사나 마녀사냥을 하는 게 아니다. (경찰청 전 특수수사과 팀장 구속은) 청부 수사가 확인됐고 구체적인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 차장검사는 ‘군자 욕 눌어언이 민어행(君子 欲 訥於言而 敏於行ㆍ군자는 말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한 뒤 “공직자는 말과 행동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경찰 수뇌부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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