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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칼바람 속 거리로

입력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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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칼바람이 휘몰아친 13일,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리에 나섰다.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장외 투쟁의 시작이었다.

낮 12시 서울 명동 입구 아바타몰 앞에 모인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 사무처 당직자 들은 줄잡아 300여명. 의원 60여명은 오전에 열린 의원총회에 참가한 뒤 당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명동을 찾았다. 박희태 이규택 김무성 홍준표 박진 남경필 박형준 유승민 의원 등 계파를 가리지 않은 고른 참석률을 보였다.

이들은‘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전교조에게 못 맡긴다’는 문구가 적힌 어깨 띠를 매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은색점퍼 차림에 어깨 띠를 두른 박 대표는 트럭 위에 올라 “열린우리당이 날치기 한 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이며 미래”라며 목청을 높였다. 차가운 바람을 맞아 얼굴이 붉게 상기된 박 대표는 “여당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사학을 전교조에게 넘겨주려는 데 있다”며 시종 비장한 어투로 여당을 성토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전여옥 의원도 “열린우리당의 백년 집권을 위해 전교조가 우리 아이들을 들러리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노무현 정권은 사이비 가짜 정권”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연설이 끝난 뒤 의원들은 삼삼오오 명동 거리를 오가며 시민들에게 사학법의 부당성을 홍보하는 유인물을 나눠줬다. 오후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똑 같은 방식으로 집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꺼번에 거리에 나와 집회를 가진 것은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규탄 집회 이후 처음이다. 이규택 사학법 무효투쟁 운동본부장은 “한나라당이 온실 속 월빙당이 아니라 야생마와 같은 야당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대외용이라기보다는 대내용에 가깝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행사가 급조된 데다 왜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리에 나왔는지를 모르는 시민도 많았다. 그나마 내부 전의를 다잡는 계기는 됐다는 평가다. 한나라당은 14,15일에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소규모 집회를 가진 뒤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갖기로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사학법 개정안을 직권상정, 강행 처리한 김원기 국회의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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