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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연말국회 '2004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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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연말국회 '2004 붕어빵'

입력
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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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빌 머레이)은 하루가 반복되는 마법에 걸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벌어졌던 일들이 오늘도 똑같이 일어나는 식이다.

국회가 요즘 이와 비슷한 마법에 걸린 듯 하다.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올 연말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 주제만 지난해의‘국가보안법’에서 올해 ‘사립학교법’ 논란으로 바뀌었을 뿐, ‘여야 몸싸움_한나라당의 국회 점거_임시국회 첫날부터 공전’으로 이어지는 동일한 시나리오다. 한나라당은 난데없이 색깔론을 들고 나오고, 우리당은 “반쪽 국회라도 하겠다”고 강하게 나오는 것도 복사판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우리당의 국보법 강행 처리를 막기위해 12월 6일부터 보름 동안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했다. 올해도 한나라당은 김원기 국회의장이 무리하게 사학법을 직권상정 했다며 12일부터 국회의장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의원들이 조를 짜서 돌아가며 밤을 새우는 방식도, 도시락과 모포, 생수 등 등장하는 소품도 그대로다.

점거 사태 직전엔 여야간 낯뜨거운 몸싸움이 있었다. 지난해엔 법사위 위원장석을 차지하려고, 올해는 본회의장의 의장석을 놓고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충돌했다.

정기국회 막판엔 공식처럼 색깔론이 등장, 국회를 헤집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폐회 이틀전 우리당 이철우 전 의원의 간첩설을 제기하며 국보법 사수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올해도 ‘사학법 개정안=친북반미 법안’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사학법 무효투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시국회는 이년째 첫날부터 올스톱 됐다. 지난해엔 공전 12일만에 여야 대표들이 만나 “일단 파병안과 예산안만 처리한다”고 합의, 국회가 정상화됐다. 올해도 2006년도 예산안과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연장안이 국회 정상화의 고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당장 국회가 가동된다고 해도 본회의 의결까지 최소 열흘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1일 새해를 불과 20분 남기고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아슬아슬한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당리당략과 여야의 협상력 부족, 국회를 권력투쟁의 장소로 보는 시각 등 총체적인 정치력 부재의 결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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