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도쿄(東京) 증시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던 ‘미즈호증권 사태’가 결국 강제 현금결산으로 마무리됐다.
미즈호증권은 13일 총 발행 주식수의 42배를 잘못된 ‘팔자’주문으로 내놓은 후 회수하지 못한 제이콤 주식 약 9만6,000주에 대해 91만2,000엔으로 현금 결제했다. 이는 주식매매의 결제를 보증하는 일본증권청산기구가 도쿄증시의 혼란을 우려하며 제시한 긴급조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일본 증시역사상 유래가 없는 현금 결제 조치로 미즈호증권의 손실액은 당초 300억엔에서 400억엔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즈호증권측은 도쿄증시의 주식매매 시스템에도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12일 밝혀짐에 따라 도쿄증시측에 보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제이콤 주식은 14일부터 정상 거래 된다.
일본증권청산기구가 정한 현금결제액 91만2,000엔은 미즈호증권이 ‘1주 61만엔 팔자’를 ‘1엔 61만주 팔자’로 잘못 입력한 8일 오전 9시27분 직전에 형성된 시장가격(시초가)이다. 당시 입력 실수로 하한가(57만2,000엔)에 주식 대부분을 팔고 상한가(77만2,000엔)에도 발행 주식수 초과분을 전부 사들이지 못했던 미즈호증권으로서는 ‘눈물 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측은 앉아서 돈을 벌게 됐다. 특히 1만5,000주 가량을 사들인 ‘모건스탠리 재팬’(4,522주)과 ‘닛코 유디알’ (3,455주)등 미국ㆍ유럽계 증권회사는 이날 수억엔에서 수십억엔의 이익을 내며 쾌재를 불렀다. 이들은 미즈호증권의 주문미스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주식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잘못된 주문인지 뻔히 알면서도 고객구좌가 아니라 증권사 자체 매매로 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다”(요사노 가오루 금융ㆍ재정경제성 장관)라는 등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도쿄증시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일 시스템 장애로 모든 종목의 거래가 세시간이나 중단되는 등 최근 잦은 문제를 일으킨 도쿄증시는 이번 사태로 신뢰도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특히 미즈호증권이 주문 취소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이 도쿄증시 시스템의 오류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일본 금융당국은 ‘발본개혁’을 다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3대 증권시장인 도쿄증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주식상장 계획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요사노 장관은 츠루시마 타쿠오 도쿄증시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그가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지든지 간에 일본증권거래소는 관리체제를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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