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의 음악이 변했다. 나오자마자 엄청나게 팔리며 모든 기록을 깨는 책으로 알려진 ‘해리 포터’ 시리즈를 두 편 늦게 따라가고 있는 ‘영화 버전’이 난 더 좋다. 원작에 없는 음악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 음악이 바뀌었다.
해리 포터의 4편 ‘불의 잔’은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와 소재로 많은 부모들에게 불만을 산 작품이다. 그걸 영화로 만든 사람들은 고맙게도 부모 손 잡고 오는 아이들의 흥행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원작의 분위기를 더 살리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드디어 해리 포터가 20대 이상의 영화광들을 만족시키기 시작한 것이니까 우리는 고마울 수 밖에. 당연히, 바뀐 분위기만큼이나 음악도 바뀌어야 했다. 기존의 존 윌리엄스의 테마는 어린 해리의 모험에 걸맞은 ‘영국 기숙사 판타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이미 커버릴대로 커버린 호그와트의 젊은이들에겐 뭔가 다른 음악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거장 존 윌리엄스가 남긴 멋진 테마와 갖가지 새로운 관현악법들을 도대체 누가 이어 받은 것인가? 그는 바로 영국이 자랑하는 사극 전문가 패트릭 도일이다. 영국의 음악가들은 그들만의 뚜렷한 색을 가지고 있다. 과거 헨리 퍼셀이 그랬고, 위대한 월튼 경이 그랬고, 비틀즈가 그랬다.
도일은 이러한 영국 음악의 전통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 가장 영국적인 클래식을 영화에 도입한 사람이다. 그의 특기는 ‘기사‘의 시대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가 음악을 만든 ‘헨리5세’와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위대한 각본이며, 애니메이션 ‘매직 스워드’는 카멜롯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센스 엔 센서빌리티’나 ‘고스포드 파크’도 영국 고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니, 배우들까지 가급적 영국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해리 포터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작곡가가 또 있으랴.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매우 화려한 무도회 장면에서는 차이코프스키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왈츠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우리는 그 뒤에 등장하는 록 그룹 라디오 헤드에 더 열광하지만 말이다.
그가 세계적으로 인정 받기 시작한 음악은 셰익스피어의 각본으로 케네스 브레너가 만든 걸작 ‘헨리 5세’였다. 오래 전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한 동명 영화도 역시 영국의 대작곡가 윌리엄 월튼이 작곡했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도일은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음악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찬송가 ‘논 노비스 도미네’다.
그 시대 찬송가답게 ‘주께 영광을 돌리세’라는 가사 반복으로만 되어있는 이 단순한 음악은 전장의 시체 더미 속에서 외롭게도 남자 병사의 솔로로 시작하지만 곧 여러 병사의 중창이 되고, 오케스트라가 반주하기 시작하며 거대 혼성 합창곡으로 엄청난 감동을 주며 끝난다.
이 작품은 영화 음악 뿐만이 아니라 합창곡의 걸작으로 꼽히게 되었다. 그것도 지금은 세계 최고의 스타가 되어 버린 사이먼 래틀이 지휘한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녹음했다니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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