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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황우석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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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황우석 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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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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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를 벗어난 언론 보도가 황우석 파문을 키웠다." 한 언론학자의 말처럼, 20여일 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파문' 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가히 '저널리즘의 위기' 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대다수 주류 보수 신문과 방송은 사태의 본질과 팩트(사실), 그리고 이에 입각한 정확한 해석은 외면한 채, 자기 입맛에만 맞는 일방적 왜곡 보도와 이른바 여론에 편승한 감정적ㆍ선정적 보도, 이중적 잣대 등으로 국민과 독자들에게 사태의 추이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어느 매체의 주장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더욱 혼란에 빠졌고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서울대의 재검증 결정에 "아니 무슨 문제가 있었나" 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국언론법학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12, 13일 연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윤리', '황우석 신드롬과 PD수첩, 그리고 언론보도의 문제'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이번 기회에 언론도 뼈아픈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인단체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등도 언론보도의 반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갖기로 했다. 이번 황우석 파문에서 드러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본다.

■ '국익 상업주의'

MBC PD수첩에 쏟아진 비판의 화두는 ‘국익’ 이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과학의 위상을 드높여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엄청난 국부를 창출할 황 교수의 연구를 방해해 외국 경쟁자들 좋은 일만 시켜줬다” 는 논리다. 무엇이 국익인가 하는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대중심리에 영합해 억지 기사를 만들어낸 일부 언론의 ‘국익 상업주의’ 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대표적인 예가 ‘황 교수 휘청하는 사이…세계 첫 논문 日에 선수 뺏겨’(조선일보 6일자 A4면) 라는 기사다. 요지는, 일본 오사카현립대 연구팀이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황 교수팀도 준비 중이었는데 PD수첩의 협박 취재에 시달리느라 선수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인터넷에서 엄청난 클릭 수를 기록하며 국익을 앞세운 MBC 때리기를 한층 부추겼다.

그러나 이 기사는 금세 오보로 밝혀졌다. PD수첩이 난자의혹 등에 관해 제보를 받은 것은 6월인데, 일본 논문은 이미 5월 29일에 제출돼 8월 22일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 제출 날짜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저널의 심사과정이 수개월 걸린다는 것은 상식인데 과학 ‘전문’ 기자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조선일보는 정정기사도 내지 않았다.

피츠버그대 파견 연구원들의 확인되지 않은 영주권 신청 움직임이나 거취를 문제 삼아 ‘기술유출’ 논란을 일으킨 조선, 동아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서도 학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생물학 박사는 “생명과학은 복잡한 기술이나 설계도가 아닌, 독창적 아이디어로 진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남의 연구를 가장 따라잡기 쉬운 분야” 라고 말했다.

예컨대 체세포 복제의 핵심 비결 중 하나인 배아에 영양분을 극도로 적게 공급하는 ‘혈청기아배양(Starvation)’ 은 아이디어를 내기는 어렵지만 한 번 알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독창적 아이디어는 특허를 통해 철저히 보호된다.

물론 생명과학 실험에는 논문에 쓰이지 않은 숨겨진 노하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이들 신문이 거취 문제를 제기한 박을순 연구원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는 독보적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과학은 언론에 성역" 인식 잘못

적지 않은 언론이 “과학적 검증은 과학자들 손에 맡겨야지 왜 전문성도 없는 PD가 나서는가” 라며 비난했다. PD수첩의 검증 방식에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은 가능하지만, 마치 과학만이 언론의 취재영역 밖에 있는 성역이란 주장에 대다수 학자들은 반론을 편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대 교수는 12일 토론회에서 “과학분야의 특성상 제보자에 의해 잘못 휘둘릴 가능성이 클 수도 있지만 이는 과학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금융 등 다른 전문 영역도 마찬가지” 라면서 “보도내용이 사회적 중요성이 클수록 보도의 가치는 커지며, 그 분야가 얼마나 전문적인가는 보도 대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지 않다” 고 말했다.

과학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도 팩트(사실)에 대한 철저한 확인 없이 일방의 주장을 그대로 전한 기사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PD수첩이 황 교수측이 준 줄기세포의 DNA 검증을 하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이다.

연합뉴스는 3일 황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를 인용해 “PD수첩의 DNA 검사는 오류투성이” 라며 “동일한 쥐에서 추출한 영양세포 5개의 DNA검사 결과가 서로 다르다” 는 주장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애초에 황 교수팀이 쥐가 아닌 사람의 영양세포를 건네주기로 했고, 그에 따라 PD수첩이 사람 유전자 검사 키트로 쥐 DNA를 분석한 정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또 검증 과정에 쓰인 시약의 영향과 관련, KBS 등 많은 언론들이 “파라포름알데히드를 쓰면 DNA가 추출되지 않는다” 고 황 교수측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DNA 추출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는 반론을 내놓았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네티즌들의 PD수첩 비난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지만, 거꾸로 생명과학계에서는 황 교수팀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검증 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 네티즌 의견을 무차별 보도

황 교수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엄청난 파문으로 번진 데는 이른바 ‘네티즌 여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논문 진위논란에 앞서 PD수첩이 제기한 난자취득의 문제점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MBC를 ‘매국노’ 로 단정짓고 섬뜩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일그러진 애국주의’ 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황 교수가 신화적 존재로까지 추앙받아 온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다.

문제는 네티즌들의 비이성적인 비난까지 여과 없이 중계보도하며 여론몰이를 한 언론에 있다. ‘넷심(心)’ 에 편승해 문제의 본질을 덮고자 한 의도가 너무나 드러난다.

송용회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감정이 개입해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실을 찾아내 이성적인 판단을 끌어내는 것이 언론의 의무” 라면서 “이런 의무에 가장 충실해야 할 이른바 주류 언론이 감정적인 네티즌 의견을 거르지 않고 보도해 감정의 과잉을 더 부추긴 것은 심각한 문제” 라고 지적했다.

이성을 잃은 네티즌의 마구잡이 비난을 과연 여론으로 치환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인터넷이 새로운 공론의 장으로 떠올랐지만, 익명성(匿名性) 혹은 익면(面)성으로 인해 사이버테러 같은 폐해는 물론 소수에 의한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취약점도 안고 있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13일 토론회 주제발표에서 “PD수첩 게시판을 검색해본 결과, 한 네티즌이 혼자서 무려 1,500개의 글을 올렸고 수백 개의 글을 올린 네티즌도 여럿 있었다” 면서 “과연 인터넷 게시판이 공론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가는 대목” 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탄핵반대나 반미 시위 때 결집한 네티즌들을 철부지 없는 존재로 폄하했던 일부 보수언론이 독선적이고 폭력적 양상을 띤 네티즌들을 여론의 실체로 간주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보도하는 것은 이중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 이라고 비판했다.

■ '黃교수' 놓고 이념갈등 조장

일부 매체에선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목적으로 요즘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이념적 갈등 구도까지 동원됐다. 한편에서는 보수 언론의 ‘황우석 신화 만들기’ 를 비난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황 교수 연구에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좌파’ 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했다.

최경진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들에서 주로 드러났는데, 이런 논리를 가장 함축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 이라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보통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 이라는 제목의 6일자 칼럼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 좌파 매체와 좌파 성향의 인사들은 한결같이 PD수첩의 보도를 옹호하거나 더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 에 동조했다” 면서 “결국 그들은 우리가 잘 되기 바라는 대다수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PD수첩에 뭇매를 던진 네티즌들을 이 정권을 탄생시킨 ‘보통사람’ 으로 칭하며 이들의 행태를 비판한 일부 언론들이 ‘보통사람 깎아내리기’ 까지 시도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5일자 ‘황 교수 관련 PD수첩 제작진’ 기사에서도 한학수 PD의 학생운동 전력 등을 들어 윤리논란을 공론화한 민주노동당과 연계시키고,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승호 책임PD를 최문순 사장과 ‘코드’ 가 맞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의 본질과는 별 상관없는 전력을 문제 삼아 ‘황 교수 비판의 배후에는 좌파 운동권이 있다’ 는 논리를 은연중에 퍼뜨린 것이다.

■ 취재윤리 위반 곳곳서 드러나

황 교수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던 PD수첩은 취재원 협박과 회유, 몰래카메라 동원 등 심각한 취재윤리 위반으로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버렸다. PD수첩은 또 프로그램이 폐지돼 방송할 기회를 잃자 취재 내용을 다른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이 잇따라 보도한 DNA 검증 데이터와 피츠버그대 김선종 연구원 인터뷰 녹취록 등이 그것이다. PD수첩측은 “우리가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프레시안도 황 교수 논문에 의혹을 적극 제기해 온 매체라는 점에서 ‘모종의 거래’ 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2005년 겨울 한국의 언론은 또 하나의 굵직한 언론윤리의 역사를 써야만 할 것” 이라는 최경진 교수의 지적처럼 취재윤리, 나아가 언론윤리의 문제는 다른 언론들에서도 적잖이 드러났다. PD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을 ‘폭로’ 한 YTN도 예외가 아니었다.

YTN은 10일 ‘김선종, 줄기세포 사진조작 사실 YTN에 숨겨’ 라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곧바로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기사는 한 기자가 피츠버그대 이형기 교수와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일에 근거한 것으로, 이 교수는 “김 연구원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지도 않았고 보도를 만류했는데도 비열하게 기사화했다” 면서 YTN의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또 YTN이 황 교수팀의 핵심멤버인 안규리 교수의 주선으로 김 연구원을 인터뷰한 것에도 곱지 않은 눈길이 쏠렸다. 안 교수가 취재기자에게 주었다는 ‘도움’ 이 김 연구원측에서 보자면, PD수첩팀의 명시적 협박과는 또 다른 ‘무언의 압박’ 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권을 무시한 기사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PD수첩의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A씨의 신상에 관해 두 차례에 걸쳐 상세히 보도해 결과적으로 ‘사이버 테러’ 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A씨는 협박에 시달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결국 다니던 병원까지 그만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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