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2일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와 북핵 해법 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면서 단합을 과시했다. 반면 두 정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는 아세안+3 회의 시작에 앞서 5분간 조우하는데 그쳤다.
두 정상은 ‘아세안+3’정상회의 기간에 매년 개최돼온 한중일 정상회담이 연기된 책임을 일본 총리에게 돌리며 공동 보조를 취했다. 두 정상은 당초 예정 시간을 20분 넘겨 50분 동안 회담을 가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중일 관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세 나라의 협력 강화 문제는 일본 지도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책임론’이다. 노 대통령도 “신사 참배 문제로 이번 3국 정상회담을 연기한 중국의 판단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에서도 두 정상은 서로의 역할을 추켜세우며 전략적 협력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원 총리가 “한반도 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고 강조하자, 노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 설득을 위해 계속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중국이 앞으로 15년간 4천만㎾ 규모로 추진 중인 원전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원 총리는 “이웃나라로서 한국의 원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중일 3국 정상은 이날 아세안+3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기실에서 잠시 만났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한류와 삼성 TV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으나 원 총리는 거의 대화에 끼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먼저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데 중국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며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2,500년 전부터 중국 문화가 한국에 유입됐고, 100년 전부터는 일본 문화가 한국에 유입됐는데 한국 문화가 일본과 중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5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류가 3국간 문화적 공감대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 비즈니스전시회에 설치된 한국관 뿐 아니라 일본관도 둘러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잠시 후 원 총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으로 들어감으로써 3자 조우는 끝났다.
쿠알라룸푸르=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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