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일자리 감소로 극심한 산업공동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실증분석 결과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이 국내 일자리 확대에 오히려 긍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이 12일 내놓은 ‘제조업의 국외직접투자(FDI)가 국내 고용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94~2004년 10년 동안 FDI와 국내 고용은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FDI가 늘어날수록 국내 고용도 증가했다는 얘기이다.
한은은 섬유, 의복 등 일부 경공업은 국내 생산설비와 투자 감소로 생산직 일자리가 줄었겠지만 전기전자, 철강, 금속 등 중공업은 현지법인 관리나 기획, 연구개발 인력 등의 수요가 늘어나 오히려 국내 고용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이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중국 마케팅을 기획ㆍ관리하고, 중국인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직을 더 뽑았다는 것.
수출 측면에서도 FDI가 국내 일자리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의 완제품 생산이 늘어날수록 국내에서 중국현지법인으로 만들어 보내는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늘고 제조업 비중이 줄어드는 산업구조 변화를 겪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FDI가 동시에 증가한다고 해서 FDI가 국내 고용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FDI 규모가 앞으로 더욱 확대되면 국내기업의 기술이전 가능성도 커지는데, 이에 따른 수출 감소와 고용 악화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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