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11일 오후 정운찬 총장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진위 논란에 휩싸인 황우석 수의대 석좌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을 재검증하기로 결정했다.
황 교수는 이에 앞서 오전 9시께 직접 노정혜 연구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논문에 대한 재검증을 12일 중으로 정식 요청하겠다” 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노 처장은 간부회의가 끝난 뒤 “황 교수의 정식 요청이 왔기 때문에 그동안 신중한 입장에서 자체조사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며 “조사위원회 구성과 절차 등 구체적인 방안은 12일 오전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한 뒤 발표하겠다” 고 말했다.
정진호 연구부처장도 “당사자인 황 교수가 직접 요청한 이상 학교 측에서 거부할 이유는 없다” 고 말했다. 간부회의에서는 앞으로 서울대 구성원들의 연구 논문 결과에 대한 조작ㆍ 허위ㆍ표절 의혹에 대해 검증하는 과학진실성위원회(OSI)를 장기적으로 설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황 교수가 속한 서울대가 재검증으로 입장을 결정함에 따라 그동안 황 교수 논문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과학계ㆍ학계의 갈등은 일단 재검증 결과를 기다리는 쪽으로 정리됐다.
한편 이날 오후 6시께 황 교수를 병문안한 가족으로 보이는 면회객은 “황 교수의 건강은 괜찮고 지금 퇴원에 대해 병원측과 논의 중” 이라고 말해 황 교수가 예상보다 빨리 12일 중 퇴원해 연구실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병찬, 강성근 수의대 교수 등 황 교수팀 핵심 교수들은 서울대의 재검증 방침 결정 이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제기된 4가지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황 교수팀은 이메일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한 보도자료에서 ▦사진이 중복되었다 ▦DNA지문이 조작되었다 ▦줄기세포는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황 교수가 연구원에게 2개의 줄기세포를 11개가 있는 것처럼 꾸미라고 했다 등 4가지 의혹을 ‘황우석 죽이기 1~4탄’으로 규정하고 각각에 대해 상세하게 반박했다.
황 교수가 재검증을 서울대에 스스로 요청한 것은 국내외 여론이 급선회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는 9일 “황 교수와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에게 줄기세포 사진, DNA 지문 데이터 등에 대한 의혹을 해명토록 요청했으며, 권위있는 제3기관의 결론을 기다릴 것” 이라고 밝혔다(10일 1면 보도). 자체 조사에 착수한 피츠버그대도 “필요한 경우 황 교수측에 자료제출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황 교수팀이 “후속 논문을 통해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고집할 경우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셈이 되거나, 외국 기관을 통해 먼저 검증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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