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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작가가 저작권 침해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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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작가가 저작권 침해訴

입력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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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설을 남한에서 무단 출판했다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

벽초 홍명희의 손자이자 소설 ‘황진이’의 저자인 월북작가 홍석중(64)씨가 국내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그동안 월북작가의 국내 거주 유족들이 국내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낸 적은 있지만 북한에 거주하는 작가가 직접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씨는 12일 국내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에서 “남한 D출판사 대표 김모씨가 동의 없이 소설 ‘황진이’를 2003년부터 출판해 저작권을 침해 당했다”며 “손해 배상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법원은 월북작가의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모두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기영의 유족이 소설 ‘두만강’을 무단 출판한 국내 출판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고, 박태원의 소설 ‘갑오농민전쟁’을 무단 출판한 혐의로 기소된 출판사 대표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작가가 사망한 후에는 저작권이 유족들에게 상속되기 때문에 이들의 권리를 인정해 준 것이다.

북한에 거주하는 작가 본인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적 견해가 우세하다. 법원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명시한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 왔다. 국내법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 국제 저작권 협약(베른협약)에 남북이 모두 가입해 있는 점도 북한 거주 작가에게 유리하다.

최근 남북관계 역시 상호 저작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 저작권사무국은 올 3월 ‘저작자의 승인 및 저작권사무국의 인증이 없는 출판 계약은 무효’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통일부에 보냈고, 통일부는 이를 존중하고 있다. 올 5월 국내 사계절출판사는 벽초의 소설 ‘임꺽정’ 저작권료 15만 달러를 북한측에 주기로 합의했다.

홍석중씨의 소송을 대행하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관계자는 “법원이 홍씨의 저작권을 인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소송 결과를 단정하긴 이르다. 소송을 당한 D출판사측은 “북한 저작권사무국이 설립되기 이전에 저작권 단체인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서의 진위 여부가 소송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홍씨는 1948년 조부인 벽초를 따라 월북, 70년 단편소설 ‘붉은 꽃송이’를 발표한 이후 북한에서 다수의 작품을 냈으며 소설 ‘황진이’는 지난해 국내 유명문학상인 만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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