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업계 톱3에 진입할 겁니다. 그것도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
네덜란드계 보험사인 ING생명의 론 반 오이엔(44ㆍ사진) 사장은 자신이 있어 보였다. 삼성, 대한, 교보 등 이른바 ‘빅3’ 업체가 오랫 동안 구축한 시장 지배력으로 철옹성을 쌓고 있는 국내 생보시장에서 ‘톱3’에 진입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 그러나 오이엔 사장의 생각은 간단하면서도 분명했다.
“ING생명의 시장점유율은 매년 1~1.5%씩 증가한 반면 경쟁사들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머지 않아 얼마든지 톱3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ING생명은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보험사다. 시장점유율로 보면 외국계 보험사 중 1위, 전체 생보업계 4위다. ING생명과 어느 정도 격차를 두고 앞서고 있는 빅3 업체들조차 가장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주저없이 ING생명을 꼽을 정도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오이엔 사장은 한편으론 신중하면서도, 한편으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가능성 있는 부문, 경쟁력 있는 부문에는 에너지를 쏟아붓는 스타일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오이엔 사장의 경영 성적표는 일단 양적 성장에서 돋보인다. 자산규모, 계약건수, 고객수 모두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당초 연말쯤에나 달성을 기대했던 ‘100만건 보유계약 돌파’ 목표도 5개월이나 앞당겨 지난 7월에 이뤄냈다. 그런데도 ‘13회차 계약유지율’(보험계약후 13회차 납입 때까지 해약 또는 실효되지 않고 유지되는 비율)이 90%에 이른다는 점은, 보유계약 건수 확대에서 ‘거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초 4,800명 정도이던 영업 조직은 올해에만 25% 가까이 늘어나 현재 6,000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ING생명의 재정설계사 조직은 여성 모집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타 보험사와는 달리 대졸 남성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들은 여성 위주의 타 보험사 영업인력에 비해 충성도와 정착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이엔 사장은 “방카슈랑스와 홈쇼핑 같은 새로운 채널도 확대하겠지만 종래의 인적 판매네트워크 역시 지속적으로 확충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영업 인력의 수준을 계속 젊고 전문성 있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이엔 사장은 1979년부터 86년까지 7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경찰 입문 동기가 매우 독특하다.
“어릴 적부터 프로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죠. 학교를 졸업한 뒤 축구를 할 수 있는 직장을 찾다가 경찰 축구팀에 들어갔어요. 당시 최연소 경찰관(18세)이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하겠다는 그는 휴일이면 아들이 다니는 외국인학교의 축구 코치로 변신한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이기도 하지만 히딩크,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등 전ㆍ현직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들과도 절친한 편이다.
오이엔 사장은 한국 축구선수 가운데 박지성을 가장 좋아한다. “능력과 성실성, 장래성 모두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열심히 뛰면서도 옐로카드를 좀처럼 받지 않는 선수란 점이 인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쟁을 하더라도 규칙 만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오이엔 사장의 그런 경영철학 때문인지 실제 ING생명은 고객자산관리의 투명성과 정보 제공의 신뢰성 등에 관한 한 매우 엄격하다.
부임 1년을 넘긴 오이엔 사장은 한국적 사고, 한국적 영업, 한국적 경영에 아주 빨리 동화하고 있다고 했다.
“ING생명은 한국에서, 한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국인 직원들이 일하는 회사입니다. CEO가 당연히 적응해야지요. 한국식의 빨리빨리 문화는 업무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여 주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일하기 편한 점도 많습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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