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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 긴급조정권 발동/ 무성의한 교섭이 긴급조정권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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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에 긴급조정권 발동/ 무성의한 교섭이 긴급조정권 불러

입력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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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정권이라는 극약 처방은 노사 양측이 자초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나 몰라라’식의 무성의한 노사 양측의 교섭태도를 긴급조정권 발동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긴급조정권이 1963년 도입된 이후 대한항공 이전까지 세 차례 밖에 발동되지 않은 것은 “노사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다수 국민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 노사의 협상 과정을 되짚어보면 회사측과 조종사 노조는 처음부터 자율 타결에 큰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0월 17일 임금 협상이 시작된 이후 정부의 긴급조정으로 파업이 종료되기까지 양측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이 고작 15차례에 불과하다.

협상 한 달 만에 노조가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고, 양측은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12월 2일에 나온 중노위의 조정안을 회사는 수용했지만 노조가 거부, 마침내 파업으로 치달았다.

이번 파업 과정에서 회사의 협상 자세는 조종사 노조에 대해서는 수세적이었던 이전과는 달랐다. 회사 상층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조종사 노조를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노조 집행부 28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유화책 보다는 강경책을 택한 것이다.

회사측은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고액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에게 집중될 것을 기대한 탓이다.

회사측은 파업 이틀째인 9일의 협상에서도 “파업을 먼저 풀어야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이후 노조가 두 차례나 수정안을 냈지만, 회사는 “일반 노조와의 형평을 고려, 더 이상 양보는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노조 또한 긴급조정권 발동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단체협상과 관련된 파업이 아니라 임금 때문에 시작된 파업이어서 사실 부담이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애초부터 자율 타결은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노조 집행부가 회사측의 태도에 대해 분노하는 조합원들을 의식해 파업을 선택했지만,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는 없었다는 뜻이다.

파업 기간 내내 “회사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해고자 복직 문제를 노조 집행부가 들고 나온 것은 노조가 처음부터 협상 타결의 뜻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협상장 주변에서 흘러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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