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산 1의 100. 겨울바람이 쌩쌩부는 달동네‘개미마을’ 에 오랜만에 훈기가 돌았다. 개미마을(280여가구)은 상당수가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으로,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영세민 거주지. 경기불황 등으로 더욱 각박해지고 있는 세태에 더욱 추위를 체감하고 있는 주민들은 예기치 못했던‘손님’들의 방문에 내심 놀라는 기색이역력했다.‘나눔’의손길을 자처하고 나선이들은 서울시와 산하기관 직원들의 봉사활동 모임인‘서울사랑 나누미’소속 80여명의 회원들. 이들의 봉사활동은 5시간여 동안 마을 곳곳에서 진행됐다.쪽방의 거미줄처럼 얽힌 노후배선과 콘센트를 점검해주고, 외풍이 부쩍 심해진 방들의 문풍지를 발라주었다. 또 물 새는 천장을 보수하고 화장실 변기를 수리해 주었으며, 보일러와 전열기구를 점검해 주었다.이들은 내복 50벌과 쌀 200㎏도
전달했다. 사비를 털어 500장이 넘는 연탄을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 익명의 회원도 있었다.지난해 12월 발족한‘서울사랑나누미’는서울시와시출연기관 직원들으로 구성된 공직 봉사활동 모임. 서울의료원의‘진료봉사단’ 도시철도공사의‘전기기술나눔봉사팀’ 등 개별적으로 활동해오던 자원봉사팀들이 통합돼 조직된 봉사단이다. 보람된 일들을 행하면서 자주 마주치
자 힘을 모아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봉사활동을 해 보자는 취지에서 출
범하게 됐다. 5급(사무관)이상 간부급 공무원들도 있지만 6, 7급 이하 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본청과 서울복지재단, 서울의료원,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13개투자^출연 기관들 소속 직원들 수백
명이 참여하고 있어 봉사활동은 특성화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각분야의 노하우를 살려 온힘
을 쏟아붓고 있다.불과 1년밖에 안됐지만 봉사활동 시간은 무려 10만시간을 넘어섰다. 주말이면 낙후된 마을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복지시설을 방문,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또독거노인촌과 쪽방촌 봉사,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산행 등도 계속 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역 등 거리노숙인들을 대상으로한자활상담 활동(9월), 강원 횡성군 청태산에서 장애아동과 함께한 숲체험(10월), 강서구 가양동 임대아파트의 독거노인들을 찾아 벽지도배도 하고 음식을 장만해 말벗이 되주기 (11월) 등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아내와 함께 이날 개미마을을 찾은 김영운(56^서울메트로)씨는“할머니가 혼자사는 쪽방에서 문풍지를 바르고, 연기가 새는 연통을 고쳐주며 한나절을 보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4,5 차례 이상 자원봉사에 참가했다는 이 주(38^서울시 농수산물 공사)씨는“서울사랑 나누미가 출범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고민거리가 없어졌다”며“함께 참여하는 자녀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웃사랑의 마음을 길러주고 있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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