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모든 건축물은 인간 욕망의 표현이다. 고대의 수많은 신전과 탑은 신을 숭배하기 위한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신과 대등해지려는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실제로 고대왕국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들은 탑을 높이 쌓아 종족의 이름을 널리 떨치고 흩어지지 않으려 했다.
수도 바빌론에는 1,000여개가 넘는 신전이 있었고 신전을 지을 때 지구라트(ziggurat)라는 거대한 탑을 함께 쌓았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화려한 청색 벽돌을 구워 높이 쌓기 경쟁을 벌였는데 높이가 90m가 넘는 것도 많았다고 한다.
■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은 바로 바빌론의 지구라트와 관련된 것이다. 노아의 방주 이후 사람들이 뭉쳐서 탑을 쌓아올리자 여호와께서 이를 보고 ‘사람들이 한 종족이고 언어가 같아서 이런 일을 시작하였으니 앞으로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당장 땅에 내려가 저들의 말을 뒤섞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고 맘먹고 말을 뒤섞고 사람들을 흩어놓아 비로소 탑 쌓기를 그쳤다는 게 성서 내용이다. 히브리어에서 바벨은 ‘신의 문’이라는 원래의 뜻 외에 ‘혼란하게 하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한다.
■ 수 천년이 흐른 지금도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여전하다. 고대에는 신을 숭배하거나 신과 가까워지기 위해 탑을 쌓아올렸지만 현대에는 부를 위해 높은 건물을 짓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하늘에 상채기를 낼 만큼 높다는 ‘마천루(skyscraper)’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85년 미국 시카고에서였다.
최초의 강철골격 고층건물인 높이 60m 10층짜리 홈인슈어런스 빌딩에 마천루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마천루라는 이름에 걸 맞는 높이382m 102층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31년 준공됐다.
■ 이 빌딩은 40여년간 지켜온 세계 최고층의 영예를 1972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높이 417m 110층)에 넘겨주었고 다시 2년 뒤 시카고 시어스타워(높이 435m 110층)가 물려받았다. 지금은 타이완의 타이베이금융센터가 101층 508m로 가장 높지만 2008년 완공될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높이 700m 160층)가 세계 최고층빌딩이 될 것이다.
롯데그룹의 높이 555m 112층 규모의 마천루 건설계획이 서울시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다. 고도문제를 놓고 공군과 맞서있지만 2010년 계획대로 완공되면 아시아에선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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