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암사동 밤길을 걷다 멧돼지에 치인 정모씨는 이후 뇌출혈과 골절로 대수술을 받은 뒤 아직까지도 오른손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꾸리며 혼자서 칠순 노모를 모시고 살던 정씨는 병원비도 아직 다 내지 못했다. 게다가 다친 몸으로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 말았다.
몸무게가 150㎏에 달하는 야생 멧돼지들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올 한해 서울과 경기 지역 도심에 출현한 멧돼지는 모두 7마리. 이들은 왜 산을 떠나 도시로 내려오고 있는 것일까? KBS 2TV ‘추적 60분’은 야생 멧돼지의 연이은 출연에 대한 의문점을 파헤친 ‘도심 출현! 멧돼지의 경고’ 편을 14일 방영한다.
‘추적60분’ 제작진은 서울 경기 지역과 충북 증평, 강원도 정선 세 곳으로 나뉘어 야생 멧돼지의 실체를 추적했다. 취재진은 경기 동두천 뒤 왕방산에서 새끼 멧돼지 3마리를 포함해 모두 8마리를 발견했다. 이들이 발견된 왕방산은 남쪽으로 아차산과 연결돼 있어 도심으로 언제라도 내려올 수 있는 장소였다.
지난 달 경기 남양주 시내에 암컷과 새끼가 포함된 멧돼지 6마리가 출몰한 사건도 추적한다. 이제까지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들은 모두 수컷이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수컷들은 영역 싸움에서 밀렸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을 떠나는 일이 있지만, 암컷은 거의 산을 떠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멧돼지가 농작물이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허가를 받아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도록 한 ‘유해조수 구제 제도’. 포획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에 처한 멧돼지들이 어쩔 수 없이 도심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멧돼지의 도심 출현이 잦아지고, 농작물을 해치는 등의 피해가 급증하면서 경찰이 공기총이나 엽총의 성능을 훨씬 강력하게 허용하는 내용으로 입법예고한 법률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수렵 허가 지역의 총기 오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주민들의 더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달에도 충북 음성 한 야산에서 나무를 하던 김모씨가 수렵꾼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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