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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조선족의 생존을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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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조선족의 생존을 위한 선택

입력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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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 새로 생긴 식당에 조선족 두 분이 있다. 같은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입에 맞는 반찬이라도 하나 더 챙겨 주려는 정겨움에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

한ㆍ중 축구 경기라도 있는 날이면 그분들은 일하는 짬짬이 TV를 곁눈질해 가며 중국을 응원한다. 사장님을 비롯한 많은 한국인들 속에서 눈치껏 하는 조심스러운 응원이다.

삶의 터전이자 가족들의 숨결이 있는 곳, 그리고 언젠가 돌아가야 할 그 땅에 대한 애착을 누가 뭐라고 말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국인들은 같은 핏줄인 이들의 행동에 대해 무척이나 서운해 한다.

그러나 그러던 조선족들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남북한이 강대국에게 불공평한 대접을 받았다는 뉴스라도 접하는 날이면 어색하리만치 열을 낸다. 왜 동족을 괴롭히느냐는 말이다. 필자도 중국에서 간혹 조선족이 남북한을 비하하는 중국인에게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다 패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광경도 목격한 바 있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중국인으로, 중국에서는 한민족으로 나타나는 조선족의 이중적 특성은 재미동포나 재일동포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대 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조선족 중에서 젊을수록, 집단거주지역을 벗어난 경우일수록 소속 국가는 중국이며 민족은 한민족이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현대 중국에서 조선족은 이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중국에 정착하기 위해 어쩌면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국인처럼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예로부터 중국 조선족 집단거주지역의 옛 한옥은 하얗게 분칠한 외관부터 그 민족적 청결함을 뽐내왔다.

조선족은 대학생 배출 비율과 평균 교육 수준이 한족을 포함한 56개 민족 중에서 가장 높다. 한국의 경제 발전에 힘입어 평균 생활 수준도 타민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적 대우를 감수하며 한국의 도지사에 맞먹는 굵직굵직한 성급(省級) 기관의 장들을 배출한 사실은 뉴스거리가 못된 지 이미 오래됐다.

이민자로서의 조선족이 한국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중국화된 현실, 이는 그들의 생존의 선택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족이면서도 남북으로 대립하고 있는 한민족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면 중국의 조선족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크게 어려울 것은 없을 것 같다.

추이진단·중국인·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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