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총장에게 황우석 교수 논문 재검증을 건의했던 서울대 소장파 교수들은 서울대의 재검증 결정을 반겼다.
이들 중 3명은 11일 기자를 만나 “서울대 본부가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한 덕분에 논란을 학계로 끌어들일 수 있고, 오히려 기술 유출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을 밝히지는 않는다.
-건의문을 낸 후 학교가 신속하게 조사 입장을 정리했는데.
“정 총장을 면담했을 때 ‘요구가 뭐냐’는 질문에 ‘일단 자체조사를 선언해 달라’고 촉구했다. 검증 자체를 서둘러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장을 빨리 밝혀야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무엇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피츠버그대가 이미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이상 서울대는 앉아서 조사를 당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우리 스스로 검증하지 않은 채 데이터만 피츠버그대나 사이언스측에 제출할 경우 오히려 기술이 유출될 수 있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외국 기관에 데이터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에는 관련 제도가 없지만 미 연방차원에서 통용되는 국립보건원(NIH) 과학진실성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데이터 제출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제기된 의혹을 시인하는 증거로 활용된다. 이번에 정 총장에게 건의문을 낸 것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검증을 해야 하나
“통상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조사하게 된다. 실험의 전 과정을 공개적으로 재연한다면 황 교수팀의 극비 노하우가 그대로 노출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줄기세포의 DNA 재검증은 필요하겠지만 줄기세포 샘플만 떼어주면 되는 것이므로 황 교수팀의 연구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무엇을 어디까지 조사하자는 건가.
“황 교수팀의 모든 연구를 다 뒤집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문제가 된 것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며 이와 관련된 조사만 진행하면 된다. 황 교수팀은 복제연구에 있어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고, 특히 배양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조사를 통해 어떤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황 교수팀의 연구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
-PD수첩이 문제를 제기한 지는 꽤 오래 됐는데 뒤늦게 나서게 된 배경은.
“PD수첩의 문제 제기는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이에 대해 반응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황 교수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이나 DNA 핑거프린팅(지문)자료는 전공교수들이 보기에도 명확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란을 언론과 대중에서부터 학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결국 서울대가 검증에 나서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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