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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이언스 맹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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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이언스 맹신론

입력
2005.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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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황우석 교수 논문 재검증 결정에 “그럼 줄기세포가 가짜였냐”며 당혹스러워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가 검증한 것을 비전문가인 방송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논조의 보도를 철석같이 믿어왔다면 더욱 그렇다.

많은 언론이 사이언스 편집장 성명을 근거로 “줄기세포 진위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DNA 재검증을 하면 다시는 사이언스에 논문을 내기 어렵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그들에게 사이언스는 ‘성전(聖典)’이었다. 그것이 학술지의 권위일까?

재검증은 실험 데이터를 다시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광화문 사거리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는 사진을 봤는데, 사진이 조작된 흔적이 있으니 동상이 정말 있는지 광화문에 한번 가보자는 것이다. 사진첩을 만든 이들이 전문가라고 해서 현장 확인을 막을 이유는 없다.

실제 사이언스의 성명은 “현재로선 의심할 과학계의 문제 제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같은 성명에는 “실험 노트, 로 데이터(가공하지 않은 원래의 실험 결과), 실험재료 등에 대한 문제는 소속 기관이나 연구비 지원기관이 조사해야 한다”는 말도 포함돼 있다. 또 저널은 데이터를 ‘심사’할 뿐,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한국일보를 포함한 소수 언론에 불과했다.

서울대가 결국 재검증을 결정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일반 대중과 생명과학자들이 큰 차이를 보인 데에는 사이언스를 내세운 언론의 여론 오도가 일조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이언스가 황 교수에게 의혹 해명을 요청한 지금, 사이언스의 권위를 빌어 자기 주장을 해 온 이들은 무엇으로 그 권위를 대체하려 할까.

김희원 산업부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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