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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TV시청’ 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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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 TV시청’ 금지해야

입력
2005.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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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출ㆍ퇴근을 하는 회사원 이모(35)씨는 얼마전 고속도로에서 TV를 보며 운전을 하다 대형 사고를 낼 뻔 했다. 1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보면서 차를 몰다 앞차가 급정거한 것을 뒤늦게 발견, 연쇄 추돌 사고 직전까지 갔던 것.

이씨는 “출, 퇴근 길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DMB 수신기를 구입해 TV를 보다 십년감수했다”며 “앞으로 절대 운전 중에 TV는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성 DMB에 이어 지상파 DMB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정작 운전 중 TV 시청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운전자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운전 중 휴대폰 통화는 단속하면서 그보다 더 위험한 운전 중 TV 시청을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행 자동차관리법, 도로교통법 등 자동차 관련 법 가운데 운전 중에 TV 등 영상정보 시청을 금지하는 조항은 전혀 없다. 이 같은 입법 미비는 지금까지 운전을 하면서 TV를 본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단속의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일부 고급 대형차와 수입차가 정차시 아날로그 방식으로 공중파 TV를 시청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지만 차가 움직이면 수신이 잘 안돼 TV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도 정차시에만 화면이 나오고 차가 움직이면 화면을 볼 수 없도록 한 ‘안전모드’가 설정된 차량만 출시했다. 따라서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면서 TV를 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굳이 운전 중 TV 시청을 단속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운전 중 TV 시청을 금지하는 법이 있어 안전모드를 설정한 것이 아니라 운전 중 TV를 볼 수 있게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라는 소비자의 주장이 나올 것에 대비해 안전모드를 설정한 것”이라며 “따라서 임의로 안전모드를 해제해 방송을 본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같은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 DMB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 DMB는 디지털 신호로 영상 정보를 보내는 만큼 차가 움직여도 깨끗한 화면의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이동중 방송을 볼 수 있다는 게 DMB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 발전 속도를 법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나친 단속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DMB 관련 제조업체들이 시장성을 확보할 때까지 방송 중 TV 시청을 묵인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 중 TV 시청은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휴대폰 통화보다 5배 이상 위험하고 음주운전 보다 치명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미 40여개 주에서 운전 중 TV 시청을 규제하고 있고, 일본도 주행중 TV를 손에 잡고 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 등이 운전 중 TV 시청 금지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아직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상태여서 언제 법 개정과 단속이 이어질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통사고로 매년 7,000여명이 사망하는 나라에서 방송 중 TV 시청을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지상파 DMB 휴대폰이 본격 보급될 경우 DMB로 인한 교통사고 급증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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