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농약 농산물로 만든 제품은 ‘무농약’ 또는 ‘무농약 OOO로 만든’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농산물은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라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재배 유기농 4가지로 표시할 수 있었으나 농산물 가공품은 유기농만을 따로 표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힘들여 친환경농사를 짓고도 수요가 많은 농산물가공품 시장에서는 차별화를 누릴 수 없는 농민들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은 ㈜해가온의 한재욱(41) 사장.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국산 무농약 쌀로 과자를 만들어온 ㈜해가온과 해가온에 원료를 제공해온 충남 서천군 비인농협에 ‘무농약 쌀로 만든’이라는 표시를 제품에 쓸 수 있다고 회신했다.
한 사장은 “무농약 농산물로 만든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차별적인 표시를 할 수 없어 외국산 유기농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이 시장을 장악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조치로 농가에 희망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해가온은 무농약 쌀로 만든 건빵을 제품명에 표시해 3월부터 시판했다.
이 제품은 노무현 대통령 미국순방 시 특별기 기내식으로 들어갔을 정도.
이어 10월에 무농약이면서 라이신 함량이 높은 새로운 쌀과자를 내놓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겉봉에 크게 쓰자 백화점측이 식품표시규정을 지킨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해가온이 식약청에 문의를 하자 처음 반응은 “규정이 없으니 건빵에도 쓸 수 없다”는 냉랭한 것이었다.
한 사장은 순간 수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농민들이 떠올랐다. “무농약이라는 표현을 못 쓴다면 누가 비싼 무농약 쌀을 사겠으며, 사주지 않으면 어느 농민이 친환경 농사를 지으려 하겠느냐”는 그는 농업과는 무관한 헤드헌터 출신.
아데코와 에이치피코리아의 부사장을 지내고 인터넷 비교견적 사이트인 베스트오퍼를 하던 중 유기농협회의 제안을 받고 2003년 유기농사업에 뛰어들었다.
건강을 위해 튀기지 않은 쌀과자류인 건빵을 선택했지만 쌀가루가 떡처럼 되는 현상을 없애느라 쌀 7톤을 실험용으로 썼다고 한다.
다행히 인기가 좋아 건빵 생산에만 11월까지 125톤의 무농약 쌀을 팔아줬다. 곧 구멍 뚫린 떡볶이떡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식약청은 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무농약 농산물을 일부만 쓴 제품은 주원료명을 따서 ‘무농약 OOO으로 만든’이라고 쓸 수 있으며 주스처럼 전체가 무농약으로 된 제품은 ‘무농약’ 제품이라고 표기해도 된다고 유권해석했다.
아울러 내년에 유기농 인증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재배 농산물 가공식품의 기준도 명문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서화숙 대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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