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나흘 만에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 같다. 유형의 경제적 피해에다 기업 신인도 하락 등 무형의 손실도 막대하다. 파업 과정에서 대한항공 일반 노조가 조종사 노조의 이기주의를 거세게 비난하는 등 노_노 갈등이 만만치 않음도 드러났다.
이번 파업으로 8일부터 나흘간 대한항공 항공편 1,569편 중 62%에 이르는 979편이 결항됐다. 회사측은 여객 12만9,000여명, 화물 9,700여톤의 수송 차질로 670억원 가량의 직접적인 매출 손실이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업계와 여행업계 등의 간접 피해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2,000억원 대에 이른다. 수출업계의 경우 수출물량이 집중되는 연말에 화물기 결항에 따른 휴대전화ㆍ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첨단 제품의 수출 차질로 1,300억원 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관광업계도 겨울철 어학연수ㆍ해외여행을 나가려던 승객들의 발이 묶이는 바람에 72억여원의 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세계 경제계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어렵게 확보한 해외 화물거래선의 이탈과 국제 환적 화물량의 감소도 점쳐진다.
파업 과정에서 불거진 노_노 갈등은 봉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직원 1만6,100여명 가운데 10%도 안 되는 조종사 1,340명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공항 창구 직원 등 일반 직원들까지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일반 직원들은 파업으로 경영 손실이 발생해 내년 초 지급이 기대됐던 성과급마저 못 받게 될 수 있다.
대한항공 일반 노조가 9일 조종사 파업을 비난하는 성명까지 낸 것은 이들의 피해 의식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반 노조는 “2006년도 경영성과급은 우리 1만여 조합원의 열망이었다”면서 조종사 노조의 일방적인 총파업을 비난했다. 사내 게시판에는 ‘조종사들이 동료와 국민을 볼모로 제 밥그릇만 챙기려 하고 있다’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회사측은 조종사들이 복귀하면 일반 직원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까지 연구 중이다.
조종사가 업무에 돌아와도 완전한 운항 정상화까지는 얼마 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행 규정상 조종사들은 안전 운항을 위해 비행 전 무조건 12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편당 2~4명으로 구성되는 운항조도 파업 기간 동안 헝클어져 다시 짜야만 한다. 때문에 완전 정상화는 13일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회사측은 일단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화물편은 12일 0시부터 정상 운항하고, 여객편은 국제선, 국내선 중 제주 노선, 국내선 중 내륙 노선 순위로 운항을 복원할 방침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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