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면 선진국 된다는 생각을 고치세요.”
우리경제와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경제상식이 적지 않게 왜곡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우리경제와 산업의 실제와 오해’라는 보고서에서 편향된 경제상식 7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1인 당 국민소득 2만 달러=선진국’이라는 환상이다. 대부분 국민들이 소득 2만 달러 달성이 선진국 합류의 지표로 보고 있지만 이미 인당 국민소득(GNI기준) 2만 달러를 넘어선 국가만 22개에 달하고, 그 중 17개 국은 3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보고서는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이후 성급한 ‘제 몫 찾기’와 집단이기주의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경제구조의 질적 개선이나 사회ㆍ문화 지표의 발전이 없으면 2만 달러시대가 되더라도 선진국과의 격차는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고령화=생산성 저하’시각도 편향된 것으로 지적됐다.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령사회로 진입한 2020년과 초고령사회인 2030년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현재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고서는 “고용유연성을 가로막고 노동체계나 기술혁신에 대한 제약을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제조업=사양산업’이란 시각도 바로 잡아야 한다. 백색가전, 섬유, 의류 등 전통제조업은 중국 저가품에 밀려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경제를 이끄는 캐시카우(Cash-Cows)라는 것이다. 전통제조업은 올들어 3분기까지 제조업 생산의 약 75%, 수출비중은 전체의 70%, 고용비중도 88%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영화산업의 성장지표인 관객점유율에 대한 착시현상도 지적했다. 2005년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6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관객점유율 상승이 수익성과 영화산업의 질적 성장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영화산업에서 DVD 등 부가판권 시장만 해도 극장매출의 2배 이상인데 비해 우리는 극장매출 비중이 76%나 차지할 정도로 기형적인 구조라는 얘기다.
‘기술경쟁력이 전부’라는 기술도그마도 경계 대상이다. 많은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생산하고도 몰락했다. ‘기술=최고의 경쟁력’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첨단 제품일수록 주변기술과 함께 디자인과 같은 소프트한 서비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밖에 기업정보화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정보화 만능시각’, 주가가 오르는 회사는 우량기업이라는 생각 등도 오해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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