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즈로 만들어진 토르소 작품들이 여러 조각으로 찢겨져 있고, 그 절단면마다 경첩이 달려있다. 관람객들에 의해 열리거나 접히면서 전혀 다른 형상과 느낌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 피아노 등 버려진 물건과 각종 재료들을 절단하거나 쌓아올리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방법으로 현대의 물질주의적 세계를 재해석하고자 한 프랑스 조각가 아르망 피에르 페르난데스(Arman Pierre Fernandez)의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아르망은 196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된 신사실주의 예술운동의 선구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재개관한 예화랑이 그의 전성기 작품 40여 점을 16일부터 공개한다.
전시를 한창 준비하던 지난 10월22일, 암 투병 중이던 아르망이 뉴욕 자택에서 별세하는 바람에 이번 전시는 공교롭게도 이 세계적인 조각가의 첫 유작(遺作)전이 돼 버렸다.
전시에서는 해체를 통해 사물의 본래 용도를 부정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1990년대 일련의 작업결과를 비롯해서 캔버스에 절단한 첼로 조각들을 붙여 만든 회화, 바이올린 형상의 판화 등 가장 최근의 작품까지 볼 수 있다.
세로로 절단한 인체의 단면들이나 분해된 커피 분쇄기, 양 옆으로 쪼개지는 서랍 등,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게 구성돼 있던 조각들이 다양한 방향과 모양으로 해체와 결합을 반복한다.
마치 우리가 사물에 대해 갖고있는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허망한 바탕 위에 기초한 것인가를 깨우치 듯. 작품 조각들을 열고 닫을 때마다 관람객은 마치 속살을 엿보는 듯한 관음적 긴장감도 경험한다.
폐기물을 쌓아올린 그의 ‘집적’ 시리즈에는 판지로 된 상자 안에 조각천이나 실들이 잔뜩 쌓여있던 할머니 방, 중고품 가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아버지의 고미술품 상점 등에서 형성된 그의 유년시절 기억이 반영돼 있다.
전시는 1월12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
(02)542-5543
조윤정기자 yj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